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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씨 PC 문건의 남북 비밀접촉 이유는 대북 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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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JTBC가 입수한 최순실씨의 PC 파일에는 국가기밀인 ‘남북 간 비공개 군사접촉’ 문건도 포함돼 있었다. <본지 10월 26일자 1면>

전 고위 당국자 “북측이 자제 요청”
2012년 준장급 판문점서 만나

JTBC에 따르면 2012년 12월 28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 10시간 전 최씨에게 전달된 ‘(1)외교안보’ 문건에는 “※최근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세 차례 비밀 접촉이 있었다고 함”이란 기밀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6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국방부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냈고, 그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비공개 접촉과 관련된 내용을 공식적으로 정부가 확인하거나 자료를 드리긴 곤란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군의 대북접촉 사실을 시사하긴 했지만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와 관련, 당시 청와대에서 남북 접촉을 챙겼던 전직 고위 당국자는 “당시 접촉은 북측의 긴급한 요구로 이뤄졌다”며 문건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는 “2012년 남측 민간인들이 대북 전단살포 계획을 발표한 것을 주로 논의했다”며 “당시 북측은 삐라를 계속 살포할 경우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면서 자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측에선 국방부 소속의 준장급 장성이, 북한에선 이성권 국방위 서기실 참사가 대표로 참석했다”며 “장성급 회담이 열리는 T2 건물(판문점 군사정전위 회담장)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고위 당국자 설명대로 2012년 10월 16일 탈북자단체들로 구성된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는 북한의 3대 세습 반대 등의 내용이 담긴 전단을 보내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북한은 그해 10월 19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삐라 살포 지점은 그대로 둘 수 없는 도발 원점이자 물리적 타격 목표”라며 “(삐라 살포 예정 장소인) 임진각과 그 주변에서 사소한 삐라 살포 움직임이 포착되는 즉시 서부전선에 경고 없는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을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곤 북측 전방의 포병부대에 배치된 견인포와 자주포 포신을 개방하고 포격 준비까지 마쳤다. 한국군도 임진각 인근 부대의 K-9 자주포와 155mm 견인포, 다연장 로켓 등 전력을 증강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전단 살포 예정일인 10월 22일 오전 경찰이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를 막으면서 군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대북 전단 문제와 관련해 문건에 나온 남북 군사당국 간 접촉이 있었고, 이런 사실은 국방부에서도 일부 당국자만 공유했다고 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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