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뒷북 수사로 조롱받는 검찰, 누구 위해 존재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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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르와 K스포츠재단 등을 상대로 한 검찰의 뒤늦은 압수수색에 많은 국민은 조롱과 비아냥으로 대꾸했다. 국가 최고의 사정기관이 국민적 신뢰를 받기는커녕 불신과 멸시의 대상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기사 댓글을 통해 “증거 확보가 아닌 증거 인멸 시도” “빈집털이”라고 묘사했다. 어쩌다 검찰이 바닥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참담할 뿐이다.

검찰의 뒷북 수사는 어제 이뤄진 9곳의 압수수색 장소 중 한 곳인 최순실씨와 고영태씨의 비밀 사무실 현장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펜싱 선수 출신인 고씨는 최씨의 측근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들이 문을 따고 들어간 사무실에는 집기와 문서는 하나도 없고 쓰레기만 잔뜩 쌓여 있었다고 한다. 건물 관계자는 “이삿짐센터를 불러 물건을 싹 빼간 지가 언제인데 사무실 안에 뭐가 있겠는가. 검찰이 가져갈 것은 일반 생활쓰레기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니 “검찰이 빈집 청소를 해 준 셈”이라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 최씨의 청와대 문건 유출 사실을 고발하는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검찰이 이처럼 허겁지겁 수사에 나섰을까.

이런데도 자기 변명에만 급급하는 검찰의 태도는 무능함을 넘어 뻔뻔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는 압수수색 대상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청와대 인사 누구를 말씀하는 거냐”며 빠져나갔다. 뒤늦은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하려면 영장을 청구하고 범죄사실을 소명해야 한다”며 “(법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비판만 하는 것에 서운한 감정이 있다”고 했다.

이러니 검찰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와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국회가 이 사건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하고 특검을 발족하려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검찰은 그동안만이라도 철저히 수사해 관련 자료 일체를 특검에 건네줘야 할 것이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쓸모 없는 존재로 비춰지는 것은 국민들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검찰인가라는 국민들의 탄식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