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근대 서양사상가 다큐멘터리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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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TV에서는 이름조차 들어볼수 없었던 「카를·마르크스」 등 서양사상사의 거장드의 생애와 이논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사상다큐멘터리」가 국내 TV사상 처음으로 시도된다.
KBS가 87연중 계획의 하나로 최근 기획에 착수한 대하다큐멘터리시리즈 『세계의 사상가』가 문제의 프로그램.
최근들어 시청자들의 지적 욕구가 확대됨에 따라 고급 다큐멘터리붐이 급격히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기존의 것들이 대부분 가치중립적인 문화·자연다큐멘터리였음을 상기해볼 때 TV매체와는 거리가 먼 분야로 인식돼 왔던 철학·사회학 등의 정신과학에 본격적으로 접근하게 될 『세계의 사상가』는 때늦은 감도 있지만 방송사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미리부터 주목되고 있다.
KBS가 이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기획한 이유는 현대사회 쟁점의 뿌리를 추적, 오늘의 문제를 사상사적관점에서 해석해보기 위한 것으로 19세기 현대역사주의철학의 시조인 「헤겔」에서 「사르트르」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사상가들의 인문적 삶과 학문, 아울러 그 사상을 잉태한 시대적·역사적 배경을 고갈해보는 부기적 형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KBS는 87년하반기에 유럽전역에 취재팀을 파견, 빠르면 87년말부터 『세계의 사상가』시리즈를 방영할 예정이며 분량은 60분물 10편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10여명의 사상가중 『자본론』의 저자 「카를·마르크스」가 계획되어 있다는 사실은 거의 충격에 가깝다. 그 이유는 변증법적 유물론과 계급투쟁론을 정교하게 이론화한 「마르크스」를(비록 이론과 실제사이의 괴리를 이유로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할지라도) 「공산주의의 시조」라기보다는 「사상가」의 하나로 솔직하게 인정하려는 자세때문이다. 아울러 이미 오래전부터 식자층의 연구 자료로 쓰여왔던 「마르크스」의 이론을 TV에서는 다루기 거북한 인물로 취급해 왔다는 사실로 미루어볼때 이번 기획은 의미심장하다.
즉『세계의 사상가』는 ▲「플라톤」「아리스트텔레스」에서 「칸트」까지 이어지는 서양철학의 본류는 배제한채 ▲향후 첨예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고 그 결과 우리가 선택해야할 사상적 토대를 갖추기위해 19세기이후 사상가들만을 취재하기로 했다는 한 관계자의 말처럼 다분히 「교육적 이데올로기 프로그램」인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세계의 사상가』는「마르크스」외에 ▲변증법의 아버지 「헤겔」 ▲권력에의 의지를 구체화한 초인사상가 「프리드리히·니체」▲실존주의의 선구자 「키에르케고르」 ▲다원적 역사해석으로 「마르크스」와 상대되는 이론을 편「막스·베버」▲유신논적 실존주의자 「카를·야스페르스」▲미국실용주의 철학자 「존·듀이」 ▲실존주의에 의한 마르크시즘의 수정을 이론화한 「사르트르」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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