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술과 소화기병(1)|간과 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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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 두잔의 술은 달밝은 가을밤의 산들바람처럼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며 시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쳐 대량을, 그것도 계속 마시는 경우 술은 태풍처럼 돌변하여 여러 장기에 손상을 줄수 있다.
흔히 술이 센 것이 정력의 척도처럼 인식되고 만취가 될 정도로 끝장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간밤에 양주 1병을 거뜬히 비웠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몸안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술에 의하여 타격을 받는 장기는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간장이다. 마신 술이 체내에 흡수되면 적절한 화학반응을 거쳐 분해된후 배설되는데 이 과정이 전적으로 간에서 이루어지는 때문이다. 그러나 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알콜의 양은 한도가 있으므로 휴식을 취할 틈도 주지않고 계속 과음을 하면 간이 타격을 받게된다.
알콜성 간질환은 지방간과 같이 가벼운 것부터 간염이나 간경변증같은 중증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수일간의 과음후 오른쪽 가슴 밑이 뻐근한 것은 간에 지방이 끼어 붓기 때문이다.
계속 쉬지않고 마시면 간염이 되어 황달이나 간기능의 저하가 나타날수 있고 다년간 음주를 생활화 하다보면 간세포가 파괴되고 간이 굳어지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알콜이 통과하는 위장관도 예외는 아니다. 술은 위점막을 자극하고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므로 위염이나 위궤양이 나타나기 쉬워 소화장애나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췌장염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그밖에도 과음은 고협압 이나 부정맥·근육통을 일으키고 골수의 기능을 억제시키기도 한다. 산모가 임신중 과음을 하면 기형아를 낳을 위험성도 높다. 술을 마시는한 알콜이란 태풍은 언제나 우리 몸 이곳저곳을 강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서동진(고대의대교수·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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