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외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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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대만 정가에선 심심찮게 기성이 들려오고 있다. 최루탄 터지는 소리, 확성기 소리, 호각 소리, 고함 소리….
기성 운운한 것은 까닭이 있다.『대만에도 야당이 있었나?』하는 것이 이제까지 대만 정가의 인상이었다. 그런 속에서 들리는 야당과 경찰의 마찰음은 기성 같기도 하다.
최근 입법원 위원과 국민대회(국회 기능의 일부를 분담한 기구)대표선거를 앞두고 대만의 야당세력인 「당외인사」들은 한층 목청을 돋우고 있다.
허신양은 이를테면 야당 바람을 일으키려는 당외인사의 한사람이다. 79년11월 「고웅사 건」주모자의 한 사람이었던 그는 7년간의 미국 망명생활을 끝내고 귀국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당외세력은 대만의 만년 집권당인 「국민당」영역에서 벗어난 재야 정치그룹이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 1930년대 항일운동의 지도자들이 있는가 하면 구미에서 교육을 받은 인텔리 청년들, 이상주의적 대학생들, 기독교 목사들도 눈에 뛴다.
이들의 정치적 기반은 도시의 노령층, 농지개혁에 타격을 받은 옛 지주들, 도시 중산층 하류, 공업화의 파도를 타지 못하는 근로자들, 농민층 일부.
그러나 당외인사 들이 일사불란하게 단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첫째는 「고웅사건」의 촉발제가 되었던 잡지 『미려도』를 중심으로 한 행동파, 둘째는 강령상을 주축으로 하는 체제내 변혁주의자들, 세번째는 임 3형제(임정걸·임세욱·임탁수)로 대표되는 신세대 중심의 진보파.
허신양은 첫번째 갈래에 속하는 인물로 임의웅 같은 유명인사들과 맥을 같이 한다. 이들은 잡지 『미려도』를 통해 대만의 독립과 민주화를 요구하다가 「고웅사건」을 빚었다.
체제내 온건당외로 분류되는 강령상은 입법원 위원에 참여하는 등 온건 노선을 걷고 있다.
바로 이 그룹을 성토하고 나선 그룹이 임 3형제다. 이들은 『심경』, 『생근』, 『전진』과 같은 잡지를 발간하며 정간의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비록 갈래는 다르지만 이들 당외인사들은 82년 9월 28일 대북시 중산당에 모여 국가기본법의 제정, 계엄령 해제, 국회 개선, 신당 결성 등 정치공동주장을 발표했다.
그때의 정치씨앗이 슬금슬금 성장해 지금 대만 정가에서 역풍을 일으키고 있다. 추운 겨울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자라고 있는 것이다.
6일의 투표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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