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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와 중금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시판되고 있는 햄버거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햄버거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간식용으로 널리 애용되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반향을 일으키고있다.
한 대학교수가 발표한「패스트푸드에 관한 식품 위생학적 연구」논문에 따르면 서울시내 60여개 업소에서 팔고 있는 햄버거에서 납·카드뮴·구리·아연 등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
검출된 중금속의 함량은 물론 극히 미량으로 선진국들이 규정하고 있는 허용치에는 이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중금속 성분은 아무리 적은 양일지라도 몸 안에서 소화되지 않고 축적되는 성질을 갖는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섭취하여 인체의 자정력을 초과하는 분량으로 축적될 경우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들 중금속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약하게는 빈혈이나 내장기능의 장애를 유발하고 심하면 신경과 뇌기능의 마비로 폐인이 되거나 생명을 잃는 일도 많다. 특히 일본에서 발생해서 수많은 사망자를 냈던 이른바 「이타이이타이」병이나 「미나마타」병이 모두 이들 중금속 오염이 원인이었다.
이들 햄버거에 이같은 중금속 성분이 들어가게 된 경위나 원인에 대해서는 규명된 것이 없다. 그러나 추정할 수는 있다.
첫째는 식품을 만든 원재료인 쇠고기나 닭고기·어묵 또는 이와 함께 사용한 야채와 기타 식품 첨가물 등이 이러한 중금속에 오염됐을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이들 식품원료가 사료나 비료 또는 농약에 의해 원천적으로 오염돼 있었으면 이 재료로 만든 식품의 오염은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식품의 중금속 오염을 예방하려면 원재료의 오염부터 예방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이것이 사육이나 재배업자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또 기대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대량소비에 대응하는 대량생산에만 치중한 나머지 인공사료나 강한 독성을 지닌 농약의 과다사용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금속이나 유해한 화학물질에 오염 될 가능성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당국은 이러한 유해물질의 실태파악이나 허용기준 하나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음식물이 공해물질에 오염되는 두번째 경로는 식품의 제조 및 유통과정에서도 생각할 수 있다. 극도로 분업화된 사회에서 식품의 대부분은 농업·어업·축산 등 생산자에서 운반· 제조가공·판매업자 등 여러 손을 거쳐 일반 소비자에 이른다. 이런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취급을 받으면 식품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식품제조업 중에 5%만이 대기업일 뿐 나머지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현실은 식품위생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더욱 깊게 한다.
식품공해의 예방과 제거를 위해서는 원료생산에서 운반·제조·유통 등 전 과정의 위생적인 처리와 이를 위한 행정당국의 감시·감독기능의 강화가 절실하다. 우선 유해성분 단속 기준이라도 서둘러 만들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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