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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영병 버스탈취 인질극|추풍령휴게소서 승객 19명잡고 한때 대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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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추풍령=이용우·도성진기자】 2일 하오 5시15분쯤 M-16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해군해병 모부대 소속탈영병 서용운중사(33)와 박정욱하사(24) 등 2명이 경북 영일군 흥해읍 마산동 동해고속화도로상에서 승객 21명을 태우고 연일읍을 떠나 흥해로 가던 포정 성원여객소속 경북5자9306호 시내좌석버스(운전사 배호근·33)를 탈취, 서울로 가던중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에서 승객들을 인질로 잡고 군경과 대치하다가 박하사는 자수하고 서중사는 18시간만인 3일 상오 11시20분 자살했다.
탈영병들은 하오 11시쯤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에 도착하기직전 차바퀴가 터져 버스가 멈추자 승객들에게 총기를 겨누며 인질극을 벌였으며 버스운전사 배씨가 바퀴를 수리하는 체하다가 달아난후 트럭 2대가 접근하자 총기를 난사, 운전사 2명이 부상했다.
인질범 2명중 박하사는 3일 0시10분 자수했으며 승객 23명중 4명을 석방, 서중사 혼자 19명을 잡고 M-16을 난사하며 인질극을 벌였다.
서중사는 M-16 1정과 실탄 3백30발, 탄창 22개, 클레이모 1발, 수류탄 3발을 갖고 있었다.
탈영병중 서중사는 가출한 아내를 찾아줄 것을 요구했다.
사건이 터지자 군경은 추풍령휴계소를 폐쇄, 차량진입을 막았다가 3일 상오 8시부터 상행선의 금천톨게이트와 하행선의 영동톨게이트를 차단, 3일 정오까지 이 구간의 고속도로 차량통행을 막아 차량을 우회 통행시켰다.
◇버스납치=서중사와 박하사는 이날 하오 5시쯤 포항죽도동터미널에서 다른 승객과 함께 납치버스에 승차, 버스가 종점인 흥해읍에 도착하기 직전 서중사가 갑자기 운전석 뒤로 가 M-16을 운전사 배씨의 목뒤에 대고 『꼼짝마라. 차를 서울로 해서 판문점으로 몰아라』고 소리쳤다. 이어 총부리를 승객석으로 돌리고 『움직이면 죽인다』고 말하고 승객들을 차뒤쪽으로 몰았다.
이때 이 버스에는 승객 23명이 타고 있었다.
운전사 배씨가 당황하자 두범인은 차를 흥해읍을 그대로 통과, 영덕으로 몰도록하고 영덕검문소 직전에서 샛길로 빠져 안동∼의성∼군위∼서대구를 통과,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서 이날 하오 11시쯤 추풍령휴게소에 도착했다.
승객들에 따르면 범인들은 운전사 배씨를 위협할때 이미 술에 약간 취해 있었으며 버스가 추풍령에 도착하기까지 소주 2홉짜리 2병을 한병씩 나눠 마셨다.

<범인 2명중 1명은 자수>
◇자수=범인2명중 박하사는 버스가 추풍령휴게소에 도착, 운전사 배씨가 타이어수리를 위해 내리는 순간 함께 내려 출동한 군에 자수했다. 박하사는 운전사 배씨가 서중사에게 『타이어를 바꾸려면 공구가 있어야 한다』며 때마침 버스옆으로 지나가던 부산9바3294호 트레일러(운전사 서옥현·29)쪽으로 가는 순간 감시하며 따라가는체 하다가 배씨가 휴게소쪽으로 달아나자 트레일러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총기난사=버스가 추풍령휴게소에 도착하기전 버스의 왼쪽 뒷바퀴가 펑크나 운전사 배씨가 더 갈수가 없다고 하자 인질범들은 배씨에게 『버스를 휴게소에 세우고 빨리 펑크난 바퀴를 바꾸라』고 요구, 배씨가 박하사와 함께 내려 수리공구를 빌리러 가는체하다 휴게소쪽으로 도망쳐 휴게소 이동지서에 사건을 신고했다.
이때 서중사가 총을 들고 뛰어내러 배씨의 뒤를 향해 M-16을 난사하고 휴게소쪽으로 접근하던 부산 삼성통운소속 부산7아3626호 트럭(운전사 한석해·42·부산시서3동122)과 부산7아2736호 트럭(운전사 강대훈·24·경남마산시)을 향해 총을 쐈다. 이때문에 강씨가 깨어진 유리창에 왼쪽손바닥을 다치고 한씨는 코끝에 찰과상을 입었다.
서중사의 총기난사로 왼손에 상처를 입은 강씨와 한씨는 사고직후 금천도립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인질극=1차 총기를 난사한 서중사는 곧바로 버스로 돌아가 갖고 있던 무기를 챙겨 클레이모 1발을 운전석뒤에 설치하고 승객들에게 『움직이면 이것을 폭파한다』고 위협하고 출동한 군경과 대치했다.
서중사는 『가족들이라도 버스옆에 얼씬거리기만 하면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 접근을 못했다.
클레이모가 터질 경우 직접적인 피해는 반경 약2백m나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밝혔다.
◇범행동기=서중사는 2주전 가정불화끝에 가출한 부인 안모씨(30)와 두자녀를 찾아줄 것을 요구.
서중사는 부인이 두자녀를 데리고 가출하자 지난달 25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꾸며대 특별휴가를 얻어낸뒤 가족을 찾으러 나갔으나 찾지 못하고 1일 귀대했었다.
서중사는 2일 하오 4시20분쯤 박하사와 함께 부대를 나와 술을 마신후 『바람이나 쐬러가자』고 제의, 탈영했다.
◇일부승객석방=범인은 3일 0시 승객중 서정이씨(22·여)가 『소변이 보고싶다』고 말하자 4살난 아들·2살난 딸과 함께 풀어줬다.
또 상오 7시30분쯤 승객중 나이가 많은 박순남씨(70·여·포정시해도동68)가 『어지럽다』고 말하자 역시 풀어줬다.
◇자살=서중사는 상오 11시l0분쯤 버스안에서 M-16소총을 자신의 머리에 쏴 자살했다.
인질로 잡혀있던 승객 19명(남15·여4)은 모두 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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