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세계일주 불 에르베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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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매우 안정된 생활이 가져다 줄 「뻔한 삶」의 틀을 깨고 세계일주 자전거여행에 나선 프랑스인 부부가 서울에 왔다. 지난 80년4월1일 프랑스의 리용을 출발한 이래 6년 반동안 약6만7천km를 달려 도착한 한국은 그들의 29번째 방문국.
남편 「클로드·에르베」씨(34)는 정형외과의사, 부인 「프랑소아즈·에르베」씨(30)는 실내장식가. 좋은 아파트와 고급승용차를 가지고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생활」을 2년 남짓 즐기던 그들은 『어느 날 문득 지구촌 구석구석의 보통사람들을 두루 만나보고 싶어져서 자전거여행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각각 1백 만원 가량씩 들여 특별히 주문 제작한 자전거마다 약70kg정도의 짐을 가방 5개에 나눠 싣고 그들이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내일이면 되돌아 올 게 뻔해』라며 웃었다고. 그러나 폴란드·스웨덴·헝가리·터키·이라크·파키스탄·인디아·네팔 등을 거쳐 태국의 캄보디아 난민촌에선 1년 동안 머물며 의족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가 하면 9개월간 중공을 누비기도 했다.
눈사태로 발이 묶이기도 하고 강도를 만나는가 하면 간염·동상에 걸리는 등 그들은 숱한 고생을 치렀으나 『이런 자전거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 나름의 어려움을 겪지 않느냐』며 여유 있는 웃음.
한달 평균 30만원쯤 드는 여행비용은 처음 출발할 때 가지고있던 약1천 만원에다 여행 중 찍은 사진들을 신문·잡지에 게재하거나 이따금의 강연에서 받는 돈으로 충당한다. 부산에 도착한 이래 경주·설악산을 지나 서울에 도착한 그들은 12월 6, 7일(하오2시30분·신세계백화점)과 11일(하오8시·프랑스 문화원)에 여행에 대한 슬라이드를 상영한 뒤 87년 초 한국을 떠날 예정. 계속해서 동남아시아·남아메리카 및 북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5년 가량 자전거로 달린 뒤 프랑스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좋은 집에서 살 때는 필요한 게 수없이 많더니 막상 여행하니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과 미소뿐이더라』고 덧붙인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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