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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말풍선’에 갇힌 카카오…인적 쇄신 나선 임지훈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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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체 상태에 빠진 카카오가 잇따라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O2O 사업 부진…주가도 미끄럼
NHN·구글 출신 임원 잇단 영입

카카오는 지난 21일 조수용 JOH(제이오에이치) 대표를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구글 인사팀 출신인 황성현 인사총괄 부사장과 8월 네이버 출신 여민수 광고사업 부사장에 이은 외부 수혈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카카오의 주 수익원인 게임 사업을 남궁훈 엔진 대표를 영입해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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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을 맞은 임지훈 카카오 대표의 지론은 적임자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 경영’이다. [사진 카카오]

이런 행보를 두고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인적 쇄신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말 출시한 카카오택시 이후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사업에 주력했지만 이렇다할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광고 매출 등 실적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음과 합병 직후 16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8만원선으로 추락했다. 자회사 라인을 도쿄·뉴욕 증시에 상장시키며 올 3분기에 최초로 ‘분기 매출 1조원 돌파’를 앞둔 네이버에 비해 카카오가 내수용 서비스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 1년을 맞은 임지훈(36) 대표는 새로 온 임원들을 중심으로 카카오의 쇄신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임 대표가 직접 이들의 영입을 추진했다고 한다. 공통적으로 구글·NHN(네이버 전신) 등 국내외 IT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인상적인 이력을 남긴 전문가들이다. 카카오 이수진 홍보팀장은 “해당 영역의 최고 적임자를 찾아 일을 맡긴다는 임지훈 대표의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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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용 JOH 대표는 NHN에서 디자인과 마케팅을 총괄했다. 네이버의 상징이 된 초록색 검색창, 경기도 성남의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네이버 퇴사후 창업한 JOH에선 유명 기업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담은 단행본 ‘매거진B’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여민수 광고사업 부사장 역시 2000년대 대부분을 NHN에서 보내며 네이버의 성장을 이끈 광고·마케팅 전문가다.

조수용 대표는 “카카오의 브랜드 가치를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노란색 말풍선(카카오톡)에 갇힌 카카오의 브랜드 전반에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서비스들의 ‘플랫폼’ 전략에 대한 임지훈 대표의 고민과도 통한다. 지난해 9월 취임 당시 ‘모바일 2.0’을 선언한 임 대표는 “O2O 서비스 외에도 콘텐트·검색·게임·광고·금융 등 모든 서비스와 사람을 모바일에서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카카오에 대해 활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들어 대리운전(카카오드라이버)와 미용실(헤어숍)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했다. 준비 중인 가사(홈클린)·주차장(파킹)·음식배달(푸드) 등 다른 O2O 서비스들도 스타트업들이 이미 하던 서비스에 카카오 브랜드를 붙여 직접 하겠다는 데 그쳤다. 외부의 모바일 서비스를 카카오톡으로 끌어모아 생태계 전반을 키우는 게 아니라 카카오가 직접 개별 시장에 앱을 내고 기존 서비스들과 경쟁한 것이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O2O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실적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핵심 수익원인 광고 시장에서 카카오의 입지는 눈에 띄게 좁아졌다. 지난 2분기 실적 기준 카카오의 광고매출(1360억원)은 네이버(5855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검색 엔진을 가진 네이버나 구글 등은 검색 광고가 핵심 수익원이다.

카카오도 다음과 합병을 통해 검색 시장에 진입했지만 다음 검색은 시장점유율 15% 안팎을 기록하며 2위를 간신히 유지하는 반면, 3위 구글의 추적은 만만치 않다. 다음달 10일 3분기 실적발표 전망도 흐린 편이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카카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254억원에서 230억원 대로 낮췄다”며 “카카오의 광고 수익 모델이 정교해져야 수익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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