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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캘린더」다양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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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해 가정과 직장에 걸릴 미술캘린더가 예년에 비해 사뭇 달라진다. 동양화나 서양화 등 회화 일변도이던 것이 조각·공예·벽화·판화로 다양해졌고, 외국작가의 그림이 등장하는 가하면 금기로 여기던 누드도 끼어 들었다.
원작을 소장하려고 달력을 제작하던 추세가 밀려나고, 이제 작품 사진을 찍어 순수하게 미술작품으로 달력을 만들려는 새로운 현상이 두드러진다.
미술캘린더 인기작가는 누구인가? 미술가들의 캘린더제작 현황을 알아봤다.
미술캘린더는 기업체가 작가들에게 원작을 직접 받거나 원작을 사진으로 찍은 필름을 빌어 쓰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원작을 받을 경우 작품 값은 그 작가의 화랑 가격에 준한다. 깎지 않는 것이 상례-.
창작필름을 빌어 쓸 경우 사용료는 대체로 1장에 50만원씩 낸다. 소장작품을 찍어서 쓸 때는 인세 형식의 원작 사용료를 내야한다. 이때는 소장자와 작가(유족)와의 협의에 의해 원작 사용료를 결정하지만 보통 답례로 하는 일이 많다.
캘린더를 만드는 인쇄·출판사에서 미술가들의 작품을 받거나 원작 사진을 찍어 미술캘린더를 제작, 보급하기도 한다.
다목적으로 미술캘린더를 만드는 일도 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박물관을 짓고 그곳에 걸『농가월령가상』 그림 12장(1장 크기 30호)을 풍속화가인 혜촌 김학수 화백에게 의뢰했다.
혜촌은 뜻 있는 일이어서 봉사가격으로 그려주었다.
농협이 내놓은 사례금은 1천5백 만원. 농협은 혜촌의 작품으로 87년은 1·3·5·7·9·11월 령 그림으로, 88년은 2·4·6·8·10·12월 령 그림으로 캘린더를 만든다는 것. 라미화장품은 서양화가 김정헌씨에게 동서고금 화장의 역사를 벽화(18×2m)로 그려달라고 부탁, 회사 현관에 걸었다. 작품료는 2천5백만원.
이집트·남북조·르네상스·조선 영정조·유럽 로코코·20세기로 이어지는 화장의 역사를 6개 부문으로 구분해 그린 이 벽화를 한 부문씩 나누어 캘린더로 제작했다.
여류화가 모임인 「가락지」회원들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캘린더 그림을 그렸다. 상아제약 12장 짜리 달력을 이인실·원문자·심경자·주민숙·송수련씨 등 다섯 회원이 원작 1장씩 그려 1천만원을 받고, 나머지는 필름을 대여했다.
동양화단의 원로 운보 김기창 화백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농아복지회를 위해 홍일문화인쇄에 원작필름을 주어 캘린더를 제작, 필름 대여비 만큼의 달력을 받아 농아복지회 이름을 넣어 회원들에게 나누어준다.
남천 송수남 화백은 캘린더제작사에 자신의 판화작품을 팔아 달력으로 각 가정에 작품선전을 하고 대중성이 있는 판화를 애호가들에게 보급한다는 벼름이다.
대우그룹은 간송미술관이 소강하고있는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등 조선후기 산수화가 작품을 찍은 필름을 1장에 30만원씩에 빌어 6장으로, 제일은행도 간송미술관 소장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 필름을 1장에 40만원씩에 빌어 6장 짜리 캘린더를 제작했다.
그로리치와 가나화랑이 조각작품으로, 바탕골 미술관이 누드작품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갤러리 토는 도예가 이수종씨가 도판에 달력을 그렸다. 날짜를 파서 동으로 상감, 입체감을 살렸다. 선화랑은 동·서양화작품 캘린더에 성옥희씨의 태피스트리(동굴)를 넣어 공예작품을 등장시켰다.
해태그룹은 지연을 감안, 전남출신 서양화가 6명에게 작품 두 점씩 받아 캘린더를 제작했다. 원작료는 10호 기준 1점에 2백만원선.
87년 미술캘린더는 원작을 직접 받지 않은 업체 화랑이 많았지만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골라 실었다는 평이다. <이규일·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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