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 개헌 대회 "초읽기" 돌입|「결전」하루 앞두고 여야 모두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대회 하루 전-. 저지를 다짐하는 정부·여당이나 강행을 결정한 신민당이나 다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정·신민당은 모두 28일부터 비상 무 체제에 들어갔으며 대화나 절충은 끊어진 상태.

<당사에 상황실 설치>
서울 대회 하루전인, 28일 민정당은 전 당원에게 비상 근무에 들어갈 것을 지시하고 당사 사무 차장실에 서울 대회 상황실을 설치, 대회 관련 움직임을 면밀히 체크.
김태호 사무차장은 이날 상오 실국장 회의에서 『지구당사 경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고 『주민들에게 서울 대회의 불법 위험성을 알리고 본의 아니게 서울 대회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지 시키라』고 당부.
김 차장은 서울 대회를 막아 달라는 시민들의 호소가 각 지구당에 빗발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염원을 외면하는 신민당은 서울 대회에서 야기될 모든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강조.
김 차장은 『이제 당국과 더 이상 협의할게 없으며 공권력 행사로 저지하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당국의 완벽한 저지 대책으로 대회 당일 가벼운 충돌 이상의 불상사는 없을 것으로 애써 낙관하는 태도.
노태우 대표위원·이춘구 사무총장 등 고위 당직자들은 물론 의원 상호간, 하급 당료들까지도 온 신경이 서울 대회에 집중돼 있는 실정인데 『내일 대회에 군중은 얼마나 모일까』『경찰의 저지 과정에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까』『대회 이후의 정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의 문제로 골몰.

<"대야 관계 신경 써야">
노 대표 주변과 많은 의원들은 서울 대회 이후의 정국 향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수습책과 전개 방향을 궁리하는 모습인데 대회 이후 정국 방향은 기본적으로 「당일」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데 의견일치. 그러나 대회 직후 한동안 첨예한 대치를 보일지 모르나 곧 대화 체제로 이행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는 쪽이 우세하다.
「조용히」 넘어가든 험한 꼴로 넘어가든 여야는 사후 수습 및 정국 타개를 의해 대표 회동 등 고위 회담으로 풀어가려는 공동의 인식 기반이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높은게 사실이다.
일부 당직자들과 의원들은 대회 후 개헌 특위가 정상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서울 대회 후의 원만한 정국 운영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대야 관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헌특 정상화를 위해서는 야권 내에서 결국 이민우 총재와 김영삼씨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데 최근 김씨에 대한 전력 시비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

<의원 연금 안 하기로>
서울 대회 하루를 앞두고 초읽기에 들어간 정부는 27일 하오 치안본부장의 담화 발표를 끝으로 서울 대회와 관련된 모든 사전 대책을 마감.
이에 따라 28일 상오에는 실무자급의 회의를 제외하고는 관계 장관들이 참석하는 회의는 일체 없었고 이제는 짜여진 계획대로 하나하나 진행시켜 나가면 된다는 입장.
27일 하오에 있은 실무자급의 당정 회의는 △국회 회기중 의원들을 가택 차단 할 수 있는 근거가 희박하고 △의원들에 대한 차단이 정치 문제로 확대될 경우 정당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없으며 △여러 가지로 모양이 안 좋다는 이유 등을 들어 신민당 의원들에 대한 가택 차단은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총무처는 전 공무원들에게 29일에는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할 것을 지시.
정부는 또 관계 기관들을 통해 광화문 근처 빌딩에 입주해 있는 회사들에 △대중 교통 수단 이용 △소화전 점검 △방독면 준비 등의 지침을 하달.

<연설 녹음 테이프 준비>
신민당은 이날 상오 당사에서 확대 간부 회의와 정무 회의를, 국회에서 의원 총회를 잇따라 여는 등 「결전」을 앞둔 최종 결의를 다지는 모습.
국회에서 열린 신민당의 의원 총회는 결전 (?)을 24시간 앞둔 긴박감 때문인지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 30분만에 대회 강행의 결의를 다지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산회.
이민우 총재는 인사말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왔지만 결국 서울대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비록 정부·여당이 우리의 대회를 불법적으로 탄압 봉쇄하려 하지만 국회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여러분들은 주어진 바 최선을 다해 대회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
이어 4명의 원내 부총재들을 팀장으로 한 4개조의 소속 의원들을 상임위별로 편성하고 대회 당일에의 행동 요령을 시달.
각 조는 대회 시작 한 시간 전에 대회장인 구 서울고를 중심으로 서대문 로터리·파고다공원·종묘 앞에 집결, 대회장으로의 진입을 시도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1차 집결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민·당원 등과 함께 각각 소규모 대회를 진행한다는 지침을 시달.
이에 따라 각 조는 별도의 대회를 꾸려갈 수 있는 집행부로서의 역할 분담을 하고 이날 중 당 지도부와 재야 인사 등 연사들의 연금에 대비, 미리 마련한 연설 녹음 테이프를 전달받기로 내정.
이날 참석자들은 또 29일의 서울 대회가 당국의 조작에 의해 폭력 시위화할 여러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고 주장, 각 소속 의원들은 시위 군중의 이상 행동을 사전에 발견, 철저히 설득·무마키로 의견을 집약.
인쇄 과정에서 모든 유인물이 압수 당해 지구당별로 복사·등사 등 「수 작업」에 의해 소량의 고지 유인물을 작성해 온 선전 위원회는 이를 의원 총회에서 전 의원들에게 맡겨 배포토록 당부.
김수한 선전 위원장은 『당국의 갖가지 방해 공작으로 오히려 선전 효과는 1백% 거둔 셈』이라고 자위.
의원 총회에 앞서 열린 정무회의는 서울 대회에 국민들의 두려움 없는 동참과 폭력 배제를 당부하는 대 국민 메시지를 채택한 후 20여분만에 간략히 끝났다.
이날 회의에는 비주류와 당풍 쇄신파 의원들도 전원 참석했고 입원 중이던 김동영 의원은 회의에 참석했다가 다시 병원행.

<경찰 병력 2배 배치>
서울 대회 추진 본부인 중앙 당사에는 28일 상오부터 압수·수색·봉쇄 등의 보고가 각 지구당으로부터 잇따라 들어오는 가운데에도 의원 및 당원들은 『어떤 방해가 있더라도 기필코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다』고 다짐하는 등 비장한 모습.
이날 당사 주변에는 이른 새벽부터 평소의 2배쯤인 경찰 병력이 배치돼 출입자들을 점검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이날 상오 9시20분쯤엔 당사 바로 옆 화물 회사에서 불이 나 소방차가 출동하는가 하면 당사 입구를 경찰들이 막아서는 등 더욱 삼엄하고 뒤숭숭한 분위기를 연출.
경찰은 27일 하오 당사 입주자들에게 비표를 배부했고 28일부터 이를 활용, 출입자들을 통제하는 모습.<이수근·이하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