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공연예술의 새 지평을 열다|호암아트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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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호암아트홀이 문을 연지 1년 반. 아트홀은 이제 우리 나라 공연예술의 명소로 자리를 굳혔다.
호암아트홀은 세 가지 점에서 공연예술계로부터 그 기여도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첫째 공연장이 절대 부족한 현실에 최신 설비와 품의 있는 객석을 갖춘 새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했다는 점, 둘째 다양하고 참신한 기획공연을 통해 많은 예술인들에게 공연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 셋째 내실 있는 공연으로 새로운 문화인구를 창출했다는 점이다.
훌륭한 문화마당을 새롭게 마련, 제공한 것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공연기회를 늘리고 문화인구의 저변을 확대함으로써 공연예술을 크게 활성화시켰다.
지난 1년 반 동안 총2백30여 프로그램을 공연, 총35만8천8백21명의 관객이 아트홀을 찾았다.
호암아트홀은 우선 최신 설비를 갖춘 1천 석 규모의 중형공연장이라는 점에서 예술인들이나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우리 나라에는 그 동안 대형 아니면 소형 공연장만이 있어 중형 공연장에 대한 갈증이 컸던 현실이었다. 관객이 무대 위의 공연자와 함께 호흡하고 그 예술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일체감을 조성하는데는 이 같은 중형 공연장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어왔다.
이곳서 공연했던 바이얼리니스트 「살바토레·아카르도」나 메조소프라노 「테레사·베르간자」등은 『외국에 조금도 손색없는 훌륭한 공연장이다. 특히 완벽한 음향 전달에 만족한 연주를 할 수 있었다』고 놀라워했다.
관객들도 최근 조사한 앙케트에서 한결같이 『아늑하고 고급스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크기만 한 공연장에서처럼 산만하지 않고, 밀도 있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예술인둘 사이에서는 이 같은 시설평가와 관객호응도에 발맞춰 호암아트홀을 어느덧 가장 인기 있는 공연장으로 손꼽고 있다.
호암아트홀이 이 같은 시설을 갖추고 그 동안 주력해온 것은 바로 기획공연이다.
음악·무용·연극·국악 등 모든 공연예술분야를 골고루 커버해 공연예술의 전반적인 활성화와 향상을 꾀했다. 공연예술활동이 쉬는 여름철에는 일반 영화관들이 기피하는 수준 높은 예술영화를 상영, 대중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 동안 총 공연의 40% 가까이를 이 같은 기획공연으로 펼쳤다. 이 같은 노력을 반증하듯 총 관람객의 3분의 2에 가까운 23만2천여 명이 기획공연을 관람했다.
음악분야에서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 「아이작·스턴」·「살바토레·아카르도」, 피아니스트 「잉글리드·헤블러」, 메조소프라노 「테레사·베르간자」 등 기라성 같은 외국 연주가들을 초청한 것은 물론, 최동선 현대음악극 등 일반공연장이 외면하기 쉬운 「비인기」공연도 앞장서 마련했다.
무용분야에서도 발레·한국무용·현대무용 등을 전반적으로 골고루 펼쳤으며 과감히 신작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국악부문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트홀은 특히 연극분야에서 그 동안 황무지처럼 되어 오다시피 한 정통연극을 기획,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셰익스피어」의 정통무대 『햄릿』 『오델로』등과 대형창작극 『시집가는 날』 『만선』등.
특히 지난해5월 『햄릿』 공연 때는 전 회 입장권 9천장이 사흘 전에 모두 매진되었으며 당시 전체 연극 관람인구의 절반 가량이 몰려드는 성황을 이루기도. 관객들이 그 동안 얼마나 이 같은 정통무대에 목말라했던가를 여실히 보여준 성과였다.
호암아트홀은 이 같은 공연의 활성화 외에 문화인구의 저변학대를 위해 힘써왔다.
올 들어 KBS교향악단과 함께 6차례나 펼쳤던 「FM콘서트홀」이 그 좋은 예. 이 프로그램은 입장료 무료로 운영, 새로운 음악인구를 창출해냈다.
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 공연은 『모차르트의 밤』『목관 연주회』등 주제별로 연주 레퍼터리를 마련, 교육적 효과를 높였다.
또 고급 공연장으로서 이미지를 흐릴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영화까지 상영함으로써 이 같은 공연장과 거리감을 갖기 쉬운 대중들이 조금이라도 문화의 향취를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
호암아트홀은 그 동안의 공연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명실상부한 종합문화공간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프랑스의 유명한 극단 「코미디 프랑세즈」를 초청, 공연하는 등 뮤지컬·단막오페라까지 모든 공연을 커버하게된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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