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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권결의안 기권 주장했다던 김만복, 한달 전엔 공개적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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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논의 때 기권을 주장했다고 밝힌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그로부터 불과 한달 전에는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처음엔 찬성하다 다수 의견 따라 기권 지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상황 따라 입장 정하는 거지 대단히 중요한 것도 아니야”
노무현정부 대북정책 관여 핵심 인사들, 북한 인권 정책 ‘무원칙’ 드러나

김 전 원장은 2007년 10월14일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국정브리핑’에 ‘국정원장이 말하는 정상회담 10가지 진실’이라는 글을 게재했다.(http://www.korea.kr/special/policyFocusView.do?newsId=148638510&pkgId=49500294) 2차 남북정상회담 및 10·4정상선언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었다.

김 전 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항목을 따로 넣어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적 견해들을 반박했다. 특히 당시 10·4 정상선언에서 ‘내부문제 불간섭’에 합의한 것을 두고 앞으로 북 측에 북한 인권문제나 납북자·국군 포로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기로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다.

그는 이에 대해 “내부문제 불간섭이란 건 남북간에 서로 이해하고 신뢰를 키워야 남북관계가 발전한다는 인식에서 합의한 것이지, (북한 인권 같은)특정 사안에 대해 합의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특정지었다. “정부는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은 2006년 11월 유엔총회 때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찬성’ 표결했던 입장에서 변함이 없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면서다.

공개적으로 이렇게 밝힌 국정원장이 불과 한 달 뒤 청와대 회의에서 인권결의안에 기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은 노무현정부의 북한 인권 관련 정책 자체에 원칙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처음엔 찬성했지만 다수가 기권하자 이를 수용했다(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는 주장이 문 전 실장 측에서 나온다. 북한 인권문제에 원칙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수결을 따랐다는 것이다.

이재정 전 장관은 19일 라디오에 출연해 “대북인권선언이라는 것은 매년 일상적으로 있는 한 번씩 있는, 법적 제재 조치도 아닌 유엔의 일상적인 하나의 인권선언 같은 것”이라며 “여기에 상황에 따라서 기권을 하든 찬성을 하든 어떤, 상황에 따라서 선택하는 것이지 이게 그렇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대북 정책에 관여하는 핵심 키플레이어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큰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전직 외교관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차원에서 접근한 게 아니라 남북관계의 종속변수처럼 생각했다. 2006년에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한 건 1차 핵실험을 한 뒤라 어쩔 수 없이 예외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입장이었다”며 “이에 2007년에도 외교부에서 찬성을 주장하자 ‘한 번 예외를 둔 것인데 왜 자꾸 예외를 요구하느냐’라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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