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현금보상 백지화 파장] '원칙대로' 설득이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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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주민에 대한 현금 보상 여부를 논의했던 29일 청와대 국무회의. 윤진식(尹鎭植)산업자원부 장관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당초 주민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들의 요구가 많아 현금지원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서울로 와 관계부처와 상의해보니 그게 그렇게 적절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26일 부안군청을 찾은 尹장관은 "부안군민의 결단으로 17년 동안 끌어왔던 국가과제가 해결됐다"며 "주민들의 열의와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현금보상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여타 국무위원 6~7명의 의견이 이어졌다. 전원 '현금보상 반대'쪽이었다. 기획예산처 차관은 "현금보상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 현금지원이다"고 했다.

다른 국무위원들은 "다른 국민과의 형평성, 공감대가 부족하다" "법리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공통적인 지적은 "앞으로 다른 국책사업을 하는 데도 다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고건(高建)총리가 이 같은 의견을 모아 "그러면 현금지원 대신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실질혜택을 볼 수 있는 지원사업 등의 방법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고 회의 결과를 정리했고 그대로 발표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국무회의에선 현금보상 대신 위도 주민들의 소득원을 개발해 주거나 학교에 어린이집을 만들어 무료로 운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신설 방안 등도 보고됐다고 한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현금보상의 대안으로 제기된 지원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사업의 선정은 시간을 두고 신중히 협의하라"고 지시하면서 '현금보상 반대'쪽을 묵시적으로 수용했다.

이날 결정은 정부의 '오락가락, 준비부족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산자부는 지난 4월 원전을 포함한 발전소 등이 기피시설로 인정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지역주민의 생활안정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을 입법예고했었다.

28일엔 청와대의 한 관계 비서관이 "앞으로 논의되겠지만 현금지원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정책실에서 부랴부랴 "긍정 또는 부정의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민들의 사전 의견수렴에 대해 부안군수를 너무 믿은 것 같다"고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금보상 불가(不可) 결정으로 잔뜩 부풀려진 풍선이 터진 셈이고,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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