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공 교류 촉진에 "수긍"|「나카소네」방중 무슨 얘기 오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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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 특파원】북경에서 열린 일·중공 수뇌 회담에서 한국과 중공간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한국측 메시지가 전달됨으로써 주목을 끌고 있다.
「나카소네」일본 수상은 8일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호요방 중공당 총서기와의 회담에서 한국측이 중공에 대해 ①88 서울 올림픽에 참가를 희망하고 ②무역·스포츠 부문에서 민간 교류 촉진을 바라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호는 수긍의 표시만 했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단지 지난 9월 서울 아시안 게임이 화제에 올라 오성홍기를 앞세운 중공 선수단이 개회식에서 한국 관람객으로부터 최대의 박수를 받았다고 「나카소네」수상이 설명하자 호는 『중국 선수단을 따뜻하게 대해 준 것을 알고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일본 외교 소식통들은 「나카소네」수상이 호 총서기에게 한국측 의사를 전달한 것은 어디까지나 「구두 메시지」의 형태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소네」수상은 호 총서기와의 회담에서는 한반도 안정을 위해 남북 대화 및 4자 회담의 필요성을 거론했으나 등소평과의 회담에서는 이 문제가 전혀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 최근 북한 김일성의 소련 방문과, 소련 전투기의 북한 영공 통과 인정, 그리고 중공측에서는 미 함대의 청도기항 등 미묘한 정치정세에서 중공은 한반도문제에 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정국) 신사공식참배나 「후시오」전문 부상의 역사 왜곡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는 회담에서 『양국관계에 만족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인민의 감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 양국의 밀월을 과시했으나 만찬회에서는 『일본에는 아직도 오국 주의자가 있다』고 말해 「후지오」씨 등 일본의 우익인사들을 비판했다.
오국주의는 호가 지난 10월 일본의 한 작가에게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는 애국주의 매국주의·오국주의 3가지가있는데 과거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군부는 오국주의였다』고 비판함으로써 최근 일본 우익 인사 등의 동태에 경계감을 나타냈으며 이번 「나카소네」 수상을 맞으면서도 같은 견해를 되풀이 표시함으로써 일본을 견제했다.
중공의 실력자 등소평은 「나카소네」수상에게 ①소련의 중소 관계 개선에 대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으며 내용도 없는 게 많다 ②이른바 3대 장애 가운데 캄푸체아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것이 해결되면 「고르바초프」소 서기장과 만나도 좋다고 설명, 소련측에 강한 불신을 표명했다.
중공측은 일·중공의 우호관계를 재확인하는 바탕 위에서 가장 중심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양국 경제의 자금협력·합작사업·기술 협력 등에 일본이 성의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으며 중공의 개방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일본의 경제 지원이 불가결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나카소네」수상은 9월 방한과 이번 방중 결과를 발판으로 삼아 내년 초에 있을 「고르바초프」소 서기장의 방일을 성공리에 마치려는 야심만만한 외교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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