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 선거가 남긴 것|우방의 민주화에 관심 커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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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이번 미 중간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됨으로써 한국에 미칠 영향은 통상 문제와 외교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민주당의 「로버트·버드」상원 원내 총무는 개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통상법안을 대통령 책상 위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했고 보호 무역 입법의 선봉장 격인 「켐하르트」하원의원도 새 의회의 목표로 통상법안을 지적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과거 좌절되었거나 대통령의 비토를 당했던 법안, 즉 25% 수입 부가관세를 요구한 「겝하르트」법안, 섬유·신발류 수입 규제를 목표로 한 더몬드 법안, 일 괄 무역 법안과 비슷한 법안들이 새로운 가면을 쓰고 내년 1월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게다가 통상 법안을 다루게 된 무역 소위 위원장에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마크스·보쿠스」의원(몬태나주)이 선임되고 재무 위원장에 25% 부가 수입 관세 법안을 공동 발의한「로이드·벤슨」의원이 선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보호주의 색채는 더욱 짙다.
그러나 상원에서 민주당이 과반수를 5석 초과하고 하원에서 6석을 증가시킨 정도의 원내기반으로서는 통상 법안을 마음대로 주무르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 일단 통과가 된다고 해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비토 번복에는 재석 3분의2 표결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공화당의 도움 없이는 안 된다. 그래서 공화당이 상원의 지도부를 잃었지만 궁극적인 견제기능은 갖고 있는 셈이다.
외교면에 있어서는 온건 진보파인 「클레본·텔」의원이 외교 위원장이 되고 「에드워드·케네디」의원이 법사 위원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보여 인권 문제와 한국 등 제3국의 민주화 진통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월등히 증가될 공산이 크다.
총체적으로는 외교 정책을 양당 합의에 의해 추진해 온 관례에 따라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니카라과 내전 개입 문제와 국방비 지출은 「레이건」행정부의 뜻대로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책면에서는 영향이 클 것 같다. 이미 정치평론가들은 「레이건」대통령이 남은 2년 임기동안 민주당 의회와의 대결 앞에서 무력한 레임 덕(재선의 임기를 거의 마치고 다시는 선출될 수 없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상원에서 국방 예산 전반과 「레이건」대통령의 중점 추진 프로젝트인 전략 방위 계획(SDI) 등의 예산 삭감을 보다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 대한 큰 관심사의 하나는 88년에 올 포스트 「레이건」시대의 미국정치 판도에 어떤 단서가 나올 것인가에 있었다.
80년과 84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선풍을 일으킨 보수설는 어느 정도의 지구력을 갖고 있는가? 「레이건」대통령이 실시해 온 보수주의적 사회·경제 및 국방정책은 그가 떠난 후에도 지지를 받을 수 있는가? 남부와 서부 등 이른바 「선벨트」로 공화당의 지지 기반이 확장한 현상은 장기적 추세로 굳어졌는가?
이번 선거에서는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해 단서를 제공하지 않았다. 양당이 다같이 일관된 정강 정책을 내걸지 않고 지역 단위의 현안 문제들만을 쟁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정당보다는 후보의 개인적 정치 실적과 인품에 대해 반응한 결과다.
「레이건」대통령은 취약 지구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지원 유세를 했지만 그의 면전에서 열광했던 유권자들은 돌아서서 민주당 후보에 투표했다. 그 결과 「레이건」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64%)는 그의 정책에 대한 지지가 아니며 그의 인기가 자기 당 후보지지표로는 더 이상 동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다.
이번 선거로 88년 선거의 대통령 후보 지망자들의 입장에 약간씩 변화가 있었다. 공화당의 지망자는 「부시」부통령,「로버트·돌」상원 원내 총무, 「폴·랙설트」상원의원,「잭·켐프」하원 의원 등이다. 이중 「돌」총무는 다수당 총무직에서 벗어나 선거 준비에 시간을 벌어 유리해졌다는 평이고 반대로 「켐프」의원은 근소한 표차로 재선됐기 때문에 대통령후보로 나서기가 쑥스러워졌다는 평을 받고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폴·랙설트」의원이다. 그는 자기 선거구를 물려준 「샌티니」후보가 낙선, 기세가 꺾였다.
민주당 폭에서는 「게리·하트」의원이 자기 후계자가 당선되어 입장이 강화되었고 「마리오·쿠오모」뉴욕 주지사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 대통령 후보 지망자로서의 관록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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