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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최저가 맞나요? 실속 별로였던 코리아 세일 11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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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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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산업부 기자

“특별 할인가가 19만원인 밥솥의 온라인 최저가는 15만원대였어요.”

정부 “소비 회복 성공적” 후한 평가
온라인보다 비싸 소비자들 불만
쇼핑인지 관광인지 성격도 혼란

지난주 ‘코리아 세일 페스타’ 홈페이지를 방문했던 주부 김영미(55)씨는 홈페이지의 ‘기업 추천 상품’에 떡 하니 올라와 있는 밥솥을 봤다. 한 가전업체가 할인 기간에 47% 싼 가격인 18만9000원에 판매한다고 올렸지만 온라인에서는 15만원대부터 팔리고 있었다. 김씨는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대부분 ‘반값 할인’이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을 것”이라며 “딸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횡재했다’고 물건을 구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두고 정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수치만 놓고 보면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다소간 녹인 측면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일 간의 대규모 특별할인 기간(지난달 29일~9일) 업체의 매출은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보다 약 10% 늘어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하면서 매출이 올랐고, 최근 소비 심리 위축을 생각하면 두 자릿수 매출 증가는 의미가 있다”면서 “행사가 없었더라면 소비는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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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쇼핑·관광 축제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한창인 지난 3일 서울 명동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면세점은 11일 간의 특별할인 기간 매출이 전년보다 29.5% 늘었다. [뉴시스]

하지만 정부의 후한 평가와 달리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불만은 적지 않았다. 국내 최대의 쇼핑·관광 축제라는 명성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공식 홈페이지 ‘건의합니다’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매장에서 본 할인가보다 온라인 최저가나 해외 직구가 훨씬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올라왔다. 박모(33)씨는 “백화점에서 20% 할인한다는 구두가 온라인에서는 30% 할인하고, 카드 결제 혜택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행사 기간 온라인 강세는 뚜렷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면세점의 성장 폭이 29.5%로 가장 컸지만, 내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유통 채널 중에는 온라인 쇼핑이 12.3% 가장 높은 신장율을 기록했다. 백화점 매출은 8.7%로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고, 대형마트 매출은 1.6% 느는데 그쳤다. 온라인 업체 관계자는 “20~30대 젊은층은 온라인 소비에 익숙한데다, 백화점에서 할인하는 물건 대부분이 온라인 최저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경우가 있어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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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차이는 유통구조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다. 온라인은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드는 물류·매장 운영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더 큰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특별 세일 기간인 점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매장의 할인 폭도 더 컸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 전문가는 “내년에는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할인율을 최소한 온라인 최저가까지는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할인율을 낮추는 건 업체들의 몫이지만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내년부터는 행사 성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올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산업부)와 코리아 그랜드세일(문화체육관광부)이라는 두 행사가 하나로 묶인 형태로 치러졌다. 홈페이지에는 지역 축제와 쇼핑 안내가 어지럽게 뒤섞였다. ‘쇼핑과 관광이라는 두 테마가 물리적으로 결합했지만, 화학적으로는 제대로 결합하지 못했다(내부 관계자)’는 솔직한 평가도 나온다. 쇼핑 축제인지 관광 축제인지 헷갈리면, 소비자와 관광객은 지갑을 닫는다.

장주영 산업부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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