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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 화재사고] "사고 5분쯤 뒤 화염…조수석쪽 유리창 깨고 탈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오후 울산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참사는 사고 5분쯤 뒤 화염이 차량에 급속하게 번지면서 많은 사상자를 냈다. 생존자들은 연기를 마시고 화염에 부상을 입은 채 스스로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는 등 필사의 탈출을 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망치조차 제대로 찾기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사고현장 뒤에서 사고버스를 목격한 고속버스 운전기사 정모(46)씨는 “신고했을 때가 오후 10시10분쯤이었다.119 신고 뒤 가보니 승객 3명이 질식 직전에 빠져나왔다고 말했다”고 기억했다. 당시 사고버스 뒤에는 화물차가 있었고, 그 뒤에 정씨의 고속버스가 있었다. 사고 직후 관광버스는 순식간에 연기와 화염에 휩싸였다. ‘펑펑 ’하면서 무엇인가가 터지는 소리도 났다. 도로 바닥에는 기름이 흥건했다고 한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사망자는 주로 관광버스 내 가운데와 뒤쪽에서 생겼다. 일부 생존자는 조수석쪽 유리창을 깨고 중앙분리대 쪽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연기가 너무 심해 인근에 있던 다른 차량 운전자들은 구조할 상황이 되지 못했다.

탈출자는 화염에 머리가 그을리고, 얼굴과 옷 등에 그을음이 가득했다. 도로에 누워있거나 넋이 나간 채 불길에 타들어가는 버스를 바라봐야 했다.

생존자 이모(62)씨는 “사고 나면서 유리창을 깨려고 비상망치를 찾았는데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서 한참 찾았는데도 비상망치는 안 보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45인승 버스의 뒤쪽에서 4번째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차량 바깥에 있던 누군가가 유리창을 깨부수는 바람에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특히 “운전자가 타이어가 먼저 터졌다고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아니다. 2차로 도로 중 버스가 1차로를 달리고 있다가 갑자기 2차로로 가더니만 쿵하면서 차가 부딪혔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이어 “처음 쿵 부딪혔을 때 큰소리로 ‘브레이크 밟아라. 뭐하노’ 소리쳤는데도 드르르륵 소리를 내면서 차가 200여m 더 달렸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 차량은 비상깜빡이를 켠채 1차로를 달리다 2차로쪽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2차로쪽 공사방호벽(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방호벽과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었고 화염이 커졌다.

앞에서 두번째 오른쪽 좌석에 앉아 있다 머리와 양팔에 화상을 입은 생존자 이모(59·여)씨는 “사망자는 내 뒤에 앉았던 동료들이다. 유리창을 깨려고 발악을 했다. 남편이 계속 유리창을 발로 차서 겨우 깨져 탈출했다”고 사고순간을 밝혔다. 이씨는 “중국 여행 갔다가 다들 라텍스 매트를 선물로 사들고 왔는 데, 그기에 불이 붙으면서 피해가 더 커진 것 같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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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에는 울산 중부소방서 언양센터 이상훈(27) 소방사 등이 가장 먼저 출동했다. 이날 오후 10시12분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7분쯤 뒤인 19분. 이 소방사는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벌써 화염이 버스 전체를 뒤덮은 상태여서 일반인들은 진화가 어려웠다. 현장에는 운전기사를 포함해 5명의 탈출자들이 도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뒤이어 중부소방서 방호구급과 요원들이 출동했다. 탈출자들은 서울산보람병원과 좋은삼정병원 등에 이송됐다. 이춘기 울산중부소방서 방호구급과 소방장은 “저희가 갔을 때에는 거의 대부분의 탈출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였다. 일부 탈출자들은 스스로 유리문을 깨거나 뒤쪽 문을 열고 탈출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울산=위성욱·최은경·강승우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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