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고가며˝신변 보장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필리핀 루손도사건현장=박병석특파원】한밤중 루손도한일개발 도로공사현장숙소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필리핀공산군 무장게릴라들은 잠옷바람의 직원 2명을 미처 손쓸사이도 없이 납치해갔다.
도로공사가 끝나 귀국의 꿈에 부풀어 있던 공사현장은 순식간에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었고 피랍후 현장에 달려온 수습대책반원들은 구체적인 몸값조차 요구해오지않는 게릴라들로부터 연락있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납치=공사현장숙소에 게릴라들이 들이닥친것은 직원들이 잠자리에 들려던 하오10시15분 (현지시간).
M-16소총·기관단총·수류탄·대검등으로 중무장한 게릴라 25명은 불침번을 서고있던 현지고용인을 순식간에 꿇어앉힌뒤 『대표자의 숙소를대라』고 위협했다.
납치된 현장관리과장 박종수씨(44)와 계장 정상기씨(31)는 함께 막 잠자리에 들려다 게릴라들이 들이미는 총부리에 기겁을 했다.
게릴라들은 돈을 요구했다.
현장에는 박씨등 14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있었으나 게릴라들에게 줄 「상당액수」의 돈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릴라들은 일단 돈이 없음을 확인하자 먼저 숙소에 있던 SSB 무전기·TV·라디오·VTR등 통신시설을 모두 빼앗았다.
그리고는 현장책임자인 박씨와 정씨를 앞세워 밀림속으로 사라져버렸다. 『2명의신변안전은 보장한다』 는 말만을 남겼을뿐 몸값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조치=숙소에 남은 12명의 근로자들은 통신장비를빼앗겨 무전연락을 못하게되자 지프로 현장에서 2시간을 달려 라오악시에 도착, 마닐라의 이회사 동남아관리본부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관리본부측은 23일 상오5시30분 서울본사에 납치사실을 긴급보고한 뒤 이강목상무와 안찬룡관리과장(임) 등 2명이 비행기로 사건현장으로 떠났다.
◇공사현장=현장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7백km떨어진 루손도 북부해안 라오악∼알라카판사이의 밀림을 뚫는 4, 5공구의도로 확·포장 공사지역.
한일개발측은 84년4월부터 1천8백45만달러의 공사대금을 받기로하고 4, 5공구21km구간을 폭6, 7m로 확포장해오고 있으며 이달말 완공예정이었다.
공사현장에는 관리직9명, 기능직 5명등 모두14명의 본사직원이 파견돼 있고 매일약20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있다.
◇한일개발=68년8월 건설회사로 창립된 이회사는 필리핀에서만도 라오악∼알라카판도로공사외에 민다나오섬의 아구스와 마라막에 각각 수력발전소를 건설중이며 팔라완섬에서도 도로공사를 하고 있다. 총파견인원은 32명으로 동남아지구관리본부가 충괄지휘하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