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둔 고3 수험생에 '공부 잘 하는 약' 처방 급증…부작용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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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을 올려준다는 입소문 때문에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알려진 약이 있다. 메칠페니데이트계 약물로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앞둔 10월, 고3 학생에게 이 약이 집중 처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남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DHD 치료약제 '메칠페니데이트', 18세가 10월에 집중 처방 받아
신경과민·불면증·두통 등 부작용 우려…심하면 공격적 행동·환청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메칠페니데이트 성분의 의약품을 처방 받은 인원은 228만명에 달했다. 이에 따른 건강보험 청구금액은 약 1043억원이었다.

연도별 메칠페니데이트 제제의 처방 건수는 매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처방 건수는 약 37만2000명으로 2011년(41만5000명)보다 약 10%가량 줄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고등학생에 해당하는 만 16·17·18세 연령대에서는 같은 기간 각각 약 19·37·64%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청구금액 현황을 보면 다른 연령대에서는 뚜렷한 특징이 없었지만, 고3(만 18세)의 경우 수능시험을 앞둔 10월에 집중적으로 처방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10월 청구금액은 약 9021만원으로 가장 낮은 달인 2월(약 4725만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수능 이후에 해당하는 11월(약 5839만원)과 12월(약 5589만원)에는 처방이 급격하게 줄었다.

신윤미 아주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기존의 ADHD 아이들이 약을 잘 안 먹다가 시험 때 잘 챙겨먹기도 한다. 특히 고2, 고3 학생들이 시험 때 약을 철저하게 먹는 영향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을 앞두고 메칠페니데이트계 약물 처방이 증가함에 따라 오남용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재근 의원은 "고3 학생과 20대 청년 등 특정 연령대에서 메칠페니데이트 계열 약물 처방이 급증하고 있다. 이 약이 '공부 잘 하는 약’이라는 이름으로 오남용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메칠페니데이트계 약물은 신경과민, 불면증, 두통, 식욕감퇴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드물게는 공격적인 행동과 환각 증상까지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메칠페니데이트계 약물 부작용으로 많이 나타난 증상은 식욕부진(579건), 불면증(244건), 두통(156건), 오심(141건), 복통(100건), 불수의 근육수축(59건), 신경과민(54건) 등이었다.

이 약을 3년 복용한 경험이 있다는 한 고등학생(18)은 "약을 먹을 때 어지럼증과 헛구역질을 경험하고 불길하고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심할 때는 환청까지 들리거나 소름돋는 느낌이 들고 나중에는 불면증까지 왔다. 이후 약을 끊었더니 증상도 완화됐다"고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알려졌는데 먹지 말라. 부작용이 심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 약 중 반응이 빠른 몇 안 되는 약으로 ADHD 환자한테 쓰면 아주 좋은 약이다. 하지만 시험 공부용으로 쓰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ADHD 치료 용도 외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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