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라니 사퇴할 생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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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는 22일 하오 재개된 국회본회의에서 3당 총무의 의사진행 발언 형식으로 유성환 의원 사건에 대해 각기 당의논리와 입장을 천명했다.
유 의원 사건 후 여야의원들이 처음 대좌한 이날의 본회의는 처음부터 긴장감이 감돌다가 야당의원들이 이재형 의장의 심기를 건드려 1시간40분간 정회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오 3시쯤 이 의장이 본회의장 의장 석으로 입장할 때 신민당익 장기욱 의원이『들어가 계시죠. 나가요. 낯이 있지 어떻게 앉아 있을 수 있습니까』고 작은 소리로 투덜거린 것이 파행을 예고.
이에 이 의장이『무얼 중얼거리느냐』며 사회 봉을 정도 이상으로 세게 3타. 그러자 신민당의 이중재 의원 등이『어디서 방망이를 그렇게 때립니까. 점잖게 해요』라고 고함을 치자 이 의장은 잠시 후『김 총무 잘 부탁합니다』고 달랜 후 곧이어 김동영 신민당총무에게 의사 진행발언을 허용.
김 총무의 발언이 끝난 후 이 의장이『김 총무가 사퇴 권고 결의안을 처리하기 전에 자진 사퇴하라고 했는데 그런 말을 들은 이상 의장이 사회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부의장이 맡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한 분은 사퇴권고를 받았고 또 한 분은 사퇴를 했으니 임시의장을 뽑아서 회의를 진행하자』며『이런 경우에는 누가 사회를 봐야 하느냐. 최 고령자 원칙이 있으니…』라고 했다. 그러자 이중재 의원이『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사퇴해』라고 고함을 친 것을 계기로 여야의석에서 『이중재, 말조심해』(최명헌 의장비서실장), 『간사스런 소리하지마』(이중재 의원)라는 등의 고함이 난무.
이 의장은 이에 『내 권위보다 국회의 권위를 위해 잠시 정회할 테니 3당 총무들이 논의해 주시오』라며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
그러자 민정당·국민당 총무 등 많은 의원들이 의장 실을 찾아 이 의장이「노기」를 풀도록 요청해 이 의장은 다시 사회 봉을 잡았다.
3당 총무들의 의사진행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한동 민정당 총무=통일이라는 용어가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보다 그 위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바꾸어 말하면 월남 식 공산통일도 무방하다는 것이 되지 않는지.
그리고 이러한 논리 전개는 유 의원 본인이 용공·좌경인사냐의 여부와는 무관한 것으로서 유 의원의 주장이 바로 좌경·용공 적 언사이며 북괴주장에 동조한 결과가 되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될 것이다.
동료의원에 대한 동 정론으로서 석방을 요구하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바 아니나 그러한 좌경· 용공 적 발언이 가져다 줄 국 리·나라에 끼친 막대한 손실을 생각도 않고 석방만을 주장할 순 없다.
학원 내에 김일성 수령 운운하는 대자보가 붙여지고 있는 현실에서 좌경·용공학생들의 폭력적 체제 도전 행위를 비호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야당이 국회본회의장을 점거하고 국회경위들에게 물리 력을 행사하던 상황에서 의원상호간 충돌과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장소를 옮겨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신민당은 의사방해 행위에 일대 각성이 있어야 하며 국회의장은 단호히 대처해 주기 바란다.
▲김동영 신민당총무=유 의원 사건 처리의 절차에 있어 국회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 그러므로 유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안 처리는 불법적인 것이므로 당연히 무효다.
전두환 대통령은 82년 1월22일 국회에서 행한 연두국정연설에서 통일이 이뤄질 때까지 사상·이념·제도의 차이에 구애됨이 없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또 고교사회 1교과서는 평화통일이 국기라고 분명히 못박고 있다.
이와 똑같은 유 의원 발언 때문에 1천5백여 명이나 되는 정체불명의 괴한들을 동원하여 신성한 국회를 유린하고 야당의원들을 감금한 것이 국회의장이 취할 수밖에 없는 경호 권 발동인가.
나는 정부·여당이 똑같은 수법으로 일당 장기독재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단정치 않을 수 없다. 이번 유성환 의원이 국회의 안팎에서 감옥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 아예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을 솔직히 고백한다.
이제라도 국회가 잘못하여 구속당한 유성환 의원이 다시 돌아와 저 빈자리에 앉고 우리와 같이 국정을 논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정치의 구현을 위해 파행과 변칙을 주도한의강단에 대해서는 우리 당이 이미 사퇴권고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이의 처리에 앞서 마땅히 자진 사퇴함으로써 국회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김용채 국민당 총무=우리국회는 지난 16일 밤 민정당이 취한 변칙국회운영으로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 의원 체포동의 안을 여야간에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켜 입법부 권능을 스스로 실추시켰으며 개헌정국의 운영에 큰 암운을 던졌다.
민정·신민 양당은 언제까지 이 신성한 국회를 고함과 욕설, 그리고 야유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운영할 것인가. 국민이 무섭지도 않은가. 이런 행위는 국민에게는 물론 여야 누구에도 도움이 안 된다. 오직 박수를 치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김일성뿐일 것이다.
지금은 누가이기고 지는 정국이 되어서는 안되며 여도 야도 국민 모두가 이기는 지혜를 모을 때다.
이제 민정당과 신민당은 집권연장이나 집권 욕에서 벗어나 진실로 국가·민족의 장래를 위한 충정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개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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