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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임대소득 과세, 이젠 할 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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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김광기 기자 중앙일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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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경제에디터

주택경기를 살려놓은 것은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중 보기 드문 성공 사례다. 아파트 분양 열기가 뜨겁고 기존 주택 거래도 부쩍 늘어났다. 아파트 건설 현장은 물론 부동산중개업소, 이사업체, 인테리어·도배·가구업체 등이 모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부분 서민들이 일하며 생계를 이어 가는 현장이라 그 의미는 크다.

임대 목적의 투자가 최근 주택시장 과열에 한몫
2000만원 이하 비과세 특례 더 이상 연장 말아야

정부는 그동안 가능한 정책을 총동원했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고 재당첨 제한을 폐지하는 등 투기적 수요까지 끌어들였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계속 내리며 지원사격을 했다. 문제는 주택시장이 정상화를 넘어 과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어렵게 살린 주택경기의 불씨를 오래 지피기 위해서도 과열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역설적으로 경제의 장기 침체에 따른 초저금리와 주가 하락 탓에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더 쏠리고 있다. ‘돈 되는 것은 역시 부동산’이라는 집단 심리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주요국은 부동산 버블과 이에 따른 과잉 부채가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카드로 시장에 경고장을 보냈다. 중국은 1가구 다주택 보유를 제한하거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추는 등 직접 규제에 나섰다.

한국도 이제 움직일 때가 됐다. 시장이 다시 얼어붙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기우로 보인다. 주택가격의 상승 흐름은 이미 탄력을 받아 쉽게 꺾이지 않을 기세다. 이럴 때 고삐를 죄어 연착륙시켜야 한다. 부동산 과열에 기댄 경제성장은 결국 무너져 내릴 모래성이다. 정부는 당장 분양권 전매 등 투기 수요를 자극했던 정책들부터 거둬들여야 한다.

또 하나 차제에 꼭 성사시켰으면 하는 정책이 있다. 바로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다. 정부는 지난 2014년 2월 그 기본 계획을 발표했었다. 말이 과세지 실질 세 부담은 매우 가벼웠다. 2000만원 이상의 임대소득만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하고, 그 이하는 15.4%의 낮은 세율로 분리 과세하는 방안이었다. 그나마 분리과세 대상자는 임대소득의 60%(2000만원 중 1200만원)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빼주고, 다른 소득이 없다면 400만원을 기본으로 더 공제해 주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결국 20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려봐야 세금은 61만원만 내면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없던 세금을 내게 되자 반발했다. 세금의 세입자 전가와 주택 매물 확대 등을 우려한 시기상조론도 거셌다. 결국 정부는 정책 시행을 올해 말까지 3년 연기했다. 그러는 사이에 금리는 뚝뚝 떨어졌고 세금 없는 주택 임대소득의 매력은 쑥쑥 커졌다. 요즘 5060세대가 노후에 대비해 보유 부동산 비중을 줄이기는커녕 거꾸로 임대용 주택을 더 사들이는 주된 이유다. 이런 투자 목적의 주택 수요는 최근 주택시장 과열에 한몫하고 있다.

임대수입을 겨냥한 주택 투자는 사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전세시장이 소멸해 가고 주택 소유의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에서 월세의 확산은 주택시장의 선진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임대소득자들은 주택을 장기 보유하기 때문에 시장 안정에도 기여한다. 이들은 돈이 있고 경제 흐름에도 밝다. 과거 방 하나를 세줘 사글세를 받던 서민들과 다르다.

주택 임대소득 과세는 지금이 적기다. 동네 치킨집도 세금을 내는데 임대소득을 올리는 자산가들이 비과세 혜택을 누리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임대소득 과세는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임대소득 기대치가 세금을 감안해 낮아지면 사람들이 집을 사는 데 좀 더 신중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 세제개편안에서 비과세 특례를 2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모처럼 달아오른 건설시장의 단물을 더 빨고 싶은 심산에서 그런 건 아닌지 묻고 싶다. 그러다 2년 뒤 주택경기가 가라앉으면 시장을 망친다는 반발에 아예 과세를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정부가 다음달 올릴 소득세법개정안의 관련 조항을 폐기해 내년부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에도 세금을 물리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김광기 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