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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과학기술 앞선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확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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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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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한반도 면적의 78배에 이르는 1708만㎢의 땅에 석유와 천연가스, 우라늄 등의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3일 블라디보스토크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본격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EAEU는 러시아 주도로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국가들이 참여한 일종의 관세 동맹이다. 양국은 또한 모두 2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와 우주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호를 쏘아올린 나라로서, 로켓 기술·발사체 기술·유인우주선 등의 분야에서 서방 선진국들을 앞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54년 세계 최초로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했고, 세계 1위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를 자랑한다. 분자물리, 원자분자물리, 방사물리, 플라스마물리, 유기화학, 무기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도 탄탄하다. 2015년까지 노벨물리학 수상자 12명, 노벨화학상 수상자 3명을 배출했다.

90년 12월 시작된 한-러 과학기술협력센터는 그동안 포럼과 세미나 개최, 연구자 교류 및 정보교류 등을 했는데, 올 하반기부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술사업화까지 업무 영역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 기업들이 러시아 현지 진출의 기회를 얻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우수한 기술 기반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져 국내 기업의 개방형 혁신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양국의 기술을 융합해 제3세계 기술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국내 연구개발(R&D)의 감소와 연구자의 사회적 지위 약화로 신진 연구자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한국연구재단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러시아의 강점 분야 하계연수 프로그램(Summer Institute)에 한국 신진 인력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전략적 협력 방안을 수립함으로써 양국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재집권 이후 혁신과 R&D 강화, 특히 기술 집약형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화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세계 랭킹 100위 안에 5개 대학을 진입시킨다는 이른바 ‘5/100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는 한국과 러시아가 강점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산업 분야는 물론 과학기술 분야 도 협력을 확대해나간다면 한국의 창조경제 영토를 러시아, 더 나아가 우주까지 넓힐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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