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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평화지수에 관심을"

중앙일보

입력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기관에서도 아직 국가 평화 상태를 지수로 환산해 낸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3년째 ‘세계평화문화지수’를 발표하고 있는 세계평화포럼의 김진현(金鎭炫·67·전 과학기술처 장관·)이사장. 그는 “평화지수는 각국 정부가 자신들의 평화 수준을 인식하고 노력하게 함으로써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 국외는 물론 국내 학계에도 이런 성과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평화문화지수란 세계 2백여개국 가운데 정치·군사 등 관련 자료가 일정 수준 확보된 1백40개국을 대상으로 평화 수준의 우열을 매긴 통계. 세계평화포럼의 평화문화위원회가 2000년 12월 그 해의 지수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 발표됐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시도인 데다 대상 국가가 많다 보니 당연히 작업은 간단하지는 않다. 위원장을 맡은 서울대 김경동(사회학)명예교수와 위원으로 참가한 국방대 김병조(통일정책학)교수·전북대 설동훈(사회학)교수·세종연구소 이상현(국제정치학)연구위원·한국외대 이현송(영미지역학)교수 등이 대상 국가들의 각종 통계자료들과 언론보도 내용을 ^정치^군사·외교^사회·경제 등 세분야에 걸쳐 수집·정리한 뒤 이를 다시 9가지의 세부 분야으로 분류해 점수를 매겼다. 이 과정에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66개국은 제외하고 나머지 74개국에 대해서만 종합순위를 정했다. 해를 거듭하며 노하우가 생기긴 했지만 아직도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대 작업.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 14일 발표된 지난해 세계평화문화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국가는 스웨덴. 스웨덴은 세 분야에서 모두 1백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라는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에 이어선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 ‘평화지역’ 북유럽의 면모를 과시했다. 가장 의외의 국가는 미국. 세계 곳곳에서 ‘경찰’을 자임하며 전쟁을 벌인 탓에 중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45위로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관심이 집중됐던 한국의 등수는 54위로 정해졌다. 2000년 44위, 2001년 49위에 비해 한참이나 평화수준이 후퇴한 것.

이에 대해 金이사장은 “2000년 ‘6·15정상회담’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던 남북 화해 무드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서해교전 등으로 지난해 급속도로 경색된 것이 우리나라의 평화지수가 떨어지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정치나 사회·경제 부문에선 오히려 이전에 비해 평화수준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편 “앞으로 평가자료를 보강하고 종합순위 대상국도 확대해 나가 지수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金이사장은 “평화지수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면 이를 발표하는 한국도 ‘분단국가’‘냉전국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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