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의「공공 선택 이론」정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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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8번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된「제임즈·M·부캐넌」박사의 업적은「공공 선택 이론」(The Theory of Choice)으로 집약된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정부의 공공투자 및 복지정책이 어떤 의사 결정과 집행과정을 통해 이뤄지는가를 규명하는데 두어졌다.
일반적으로 공공 재의 생산은 「애덤·스미드」의「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가격 기구를 통해 개인의 선호가 드러나는 민간 재와는 달리 개인의 선호가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공공 재에 있어서도 이 같은 개인의 선호를 정치적 방법론을 사용, 측정해 보자는 데 있다. 「부캐넌」은 기본적으로 공공 재의 선택에 있어 중앙집권적인 정부의 독단을 강력히 경고하고 국민의 참여에 의한 민주적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공공정책 선택에 있어 독재자 모델이나 관료모델 등을 배제하고 적절한 투표방식에 의해서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공공정책의 선택이 만장일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완벽한 합의라는 점에서 가장 나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투표방식을 통한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물론 그는 단순한 다수결 원리에 대해서도 소수의 소외라든가, 실제적인 소수가 다수로 위장될 수 있는 점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컨대 A와 B라는 공공정책을 놓고 갑·을·병중 갑은 A를, 을은 B를 각각 지지하고 병은 아무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 할 때 갑과 을의 협상에 의해 을이 A안에, 갑이 B안에 서로 동의해 준다면 결국 실제 수효자체로는 소수면서도 다수의견으로 위장되는 현상(이른바 Log Rolling)이 일어날수 있다는 것이다.
「부캐넌」은 공공정책의 시행에 있어 국민의 적정투표비율에 의해 최적분배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공공선택 이론은 재정적자의 발생에 대해서도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공공지출의 확대를 원하면서도 세 부담의 증가는 원치 않는 국민들의 요구가 결국 재정적자를 통한 공공지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고전적인 시장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 그의 공공선택 이론은 국민 개개인은 이기적이면서도 합리적이며 국가는 별도의 인격을 갖지 않는 이들 개개인의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가정 하에 성립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공공 재의 선택은 그에 필요한 사회한계비용과 국민 개개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수요량이 일치하는데서 결정돼야 한다고 보고 국민의 수요를 측정하기 위한 최선의 현실적 방법으로 소수의 소외를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 투표에 의한 다수결 원리를 지지했다.
「부캐넌」박사는 1919년 미데네시 주 머프리스보로에서 태어나 48년 시카고 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버지니아 대·캘리포니아 대 등에서 교수로 일해 왔다.
「부캐넌」 박사는 69년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에 설립된 공공선택 연구센터의 책임자로 일했으며 이 연구소는 82년 그가 조지메이슨 대로 옮김에 따라 함께 옮겨갔다.
수십 년의 연구생활에서 각종 업적을 남긴 그의 저서로는 62년 동료인「고든·털록」교수와 함께 집필한「동의의 계산법」(Calculus of Consent)이 가장 유명하며 이밖에도『비용과 선택』(69년·시카고대 출판 부),『공공선택 이론-경제학의 정치적 응용』(72년·미시간대 출판 부),『자유의 한계』(75년·시카고 대 출판부), 『적자 속의 민주주의-케인즈의 정치적 유산』(77년·아카데믹출판사),『조세 부과권』(80년·케임브리지 대 출판부)등을 들 수 있다.
미 경제학회에서「부캐넌」박사를 만난바 있다는 김동건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는 그가 장신의 건장한 체구에도 말수가 적은 시골 영감 같은 분위기를 주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하고 재정학에 있어서의 그의 기여도로 볼 때 노벨상 수상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공공선택 이론>
공공선택이론은 정부의 재정집행에서의 의사결정에 있어 개인의 선호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다루는 이론이다.
「부캐넌」에 따르면 재정집행도「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뤄지는 민간 재의 선택과 마찬가지로 집합적 개인이익의 합리추구를 바탕으로 가장 적절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투표방식에 의한 다수결의 원리를 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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