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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자격 안 되는 인사 추천했거나 공모절차 어겼다면 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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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영란법의 파장이 ‘낙하산 인사’로 번지고 있다.

추천 자체는 부정청탁 포함 안 돼
적법절차 거쳐 인사추천 했다면
실제 영향력 행사 있었나 따져봐야
권익위는 직권조사 나설 권한 없어
현실적으로 제재 쉽지 않을 수도

국민권익위원회 성영훈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낙하산 인사’가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청탁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와 관련한 부정청탁 신고가 권익위에 접수되면 김영란법을 내실 있게 적용하겠다”고 했다.

과연 김영란법으로 역대 정부마다 논란을 빚곤 했던 낙하산 인사 시비를 잠재울 수 있을까. 일단 성 위원장은 국감 답변에서 모든 낙하산 인사가 부정청탁이란 취지로 말하진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는 11일 김영란법에 따라 채용·승진·전보 등 인사에 관해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한 행위가 부정청탁(제5조 1항 3호)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인사추천 행위 자체가 무조건 부정청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낙하산 인사도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령 전직 국회의원 A씨가 정부 실세 B씨에게 부탁해 공공기관의 장 또는 감사로 임명된 경우다. 권익위 임윤주 대변인은 “B씨의 비호를 받은 A씨가 공공기관 인사에 관련한 내부규정상 자격이 안 되거나, 공모기간이 끝났는데 뒤늦게 응하는 등 절차를 어겨 임명됐다면 김영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역으로 적법절차를 거쳤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법조계에서는 적법절차를 거쳤을 경우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의 인사추천위원회 위원들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최석림 변호사는 “B씨의 요구로 공공기관장 또는 인사 담당자가 인사추천위원들에게 ‘A씨는 능력 있는 사람’ 또는 ‘A씨는 누가 밀고 있다’고 말해 위원들이 실제 A씨에게 높은 면접 점수를 주면 부정청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상 법령에 따라 부여받은 지위·권한을 벗어나 행사하거나 권한이 아닌 사항을 행사하도록 하는 행위(제5조 1항 15호)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광장의 장영섭 변호사도 “인사추천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했기 때문에 부정청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청탁으로 인정될 경우 A씨는 1000만원, 공직자인 B씨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A씨를 뽑은 공공기관장 또는 인사 담당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역대 사례로 볼 때 낙하산 인사는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권익위는 현행법상 직권으로 조사에 나설 권한은 없다. 권익위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법에 따라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이나 노동조합 등에서 신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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