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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당 창건일…김정은, 금수산궁전 참배 대신 꽃바구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노동당 창건 71년을 맞은 10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동당 창건일은 북한이 ‘국가적 명절’로 기념하는 날이다. 관영 조선중앙통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들도 김정은의 당 창건일 관련 행보에 대해 침묵했다.

북 매체, 콩고 등 축하 정도만 전해
“5차 핵실험 후 일보후퇴, 사태 관망
추가 도발 최적 시점 고르는 듯”

당 창건일 행사 중 핵심인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도 없었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에 꽃바구니를 보냈다는 내용만 간략히 보도했다. 당 창건 70년을 맞은 지난해엔 김정은이 10일 0시에 참모들을 거느리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이 노동신문 10일자 2면에 사진 5장과 함께 전면에 실렸다. 지난해가 소위 ‘꺾어지는 해(5·10으로 끝나는 정주년)’이기도 했지만, 정주년이 아니었던 2012~2013년에도 북한 매체들은 참배 소식을 전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뒤 당 창건일에 참배 소식이 없었던 건 다리 부상을 입었던 2014년뿐이다.

조선중앙통신이 공식 홈페이지에 ‘당 창건 71돌 경축 소식’이라고 만들어 놓은 코너엔 10일 오후 현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축전과 콩고민주공화국 노동당 총비서의 북한대사관 축하 방문 소식 정도만 올라왔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축전이나 축하사절 소식은 없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10일) 현재 (당 창건) 71주년 관련 특별한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당 창건일을 계기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잠잠했다. 정 대변인은 “(북한 도발 관련) 특별한 동향은 파악하고 있는 게 없다”며 “북한은 언제든 도발할 수 있는 준비는 돼 있고, 우리는 만전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겉으로 잠잠했던 이유에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지난달 9일 5차 핵실험 후 김정은이 일보 후퇴 전략을 쓰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노동당 관련 행사는 지난 5월 36년 만에 치른 당 대회로 갈음하면서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등 도발의 최적 시점을 고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차 핵실험을 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유엔이 대북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이 시점에 굳이 도발해서 얻을 게 적다는 점도 작용했을 수 있다. 또 미국이 중국 훙샹(鴻祥)그룹 제재에 직접 나선 상황에서 추가 도발로 중국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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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이 굳이 지금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호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북한은 국제사회 분위기를 보며 정치적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발 시점을 탐색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미국 대선(11월 8일)과 김정일 사망 5주기(12월 17일) 등 지금보다 먼 곳에 시야를 두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김정은에게 제일 중요한 두 가지는 미 대선과 김정일 사망 5주기”라며 “김정일의 ‘핵 유훈’에 추가 핵실험으로 보답한다는 모양새를 갖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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