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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반값 할인, 사적지 무료 개방 “경주로 오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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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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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지진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경주의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 10일 불국사 후문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경주=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경주가 규모 5.8의 ‘9·12 지진’보다 ‘더 큰 여진’에 시달리고 있다. ‘본진보다 더 큰 여진’이란 다름 아니라 ‘관광도시 경주’에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지역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얘기다.

지진·태풍으로 수학여행 줄취소
지난달 방문객 수 절반으로 줄어

중국의 화장품 기업인 신생활그룹 소속 판매원 2000여 명은 지난달 말 경주 보문단지 콘도 숙박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11월 3일부터 2박3일간 머물려던 일정이었다. 이들은 400차례 이상 여진이 발생해 불안하다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한국암웨이도 이달 초 경주 하이코에서 1500여 명의 직원이 참가하는 대형 행사를 계획했으나 지난달 중순 취소했다.

10일 경북도와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57만 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07만 명)에 비해 47% 감소했다. 경주 방문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의 수학여행의 발길은 사실상 끊겼다. 연간 전국 800여 개 학교에서 56만여 명의 학생이 매년 불국사가 있는 경주로 수학여행을 온다. 지진 발생 이전인 5월 이전에 520여 개 학교 36만여 명이 찾았다. 계획대로라면 9월부터 11월 초까지 280여 개 학교 20만여 명이 불국사 주변 27개 숙박시설을 찾아야 하지만 지난달 각 학교에서 대부분을 취소했다.

학부모들이 “지진이 또 발생할 수 있다”며 취소를 요구한 때문이라고 한다. 이상영 경주시 관광컨벤션 과장은 “관광 급감이라는 지진 후폭풍으로 지난달에만 170억원 이상 지역 관광업계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난달 20일부터 경주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민관 합동으로 관광객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해 주요 언론사와 경제5단체를 찾아가 관광객 감소에 따른 애로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세미나 등을 경주에서 열어 달라”고 호소하고 다닌다.

다른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수학여행단 유치 활동도 펼치고 있다. 경주관광업소 할인 마케팅(특급호텔 주중 50%, 주말 30% 할인)도 소개하고 있다. 경주시는 이달 한 달간 포석정 등 유료인 경주시 직영 사적지를 무료 개방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경주 기(氣) 살리기 K팝 콘서트’와 서울·부산·대구 거리홍보도 한다.

경주가 지역구인 김석기 국회의원은 “국민안전처가 지난 3일까지 경주 지역 39개 주요 숙박시설의 안전진단을 했더니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지진에 태풍 피해 복구작업이 이뤄진다고 해서 관광지를 통제하는 것도 아니므로 안심하고 역사문화도시 경주를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아직 수학여행 등 단체 관광객의 발길은 뜸하지만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이 일부 효과를 보고 있는지 카메라를 들고 경주의 사적지를 찾아오는 가족 단위 등 개별 관광객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날 정부는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은 울산 북구와 울주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피해 복구 비용 일부를 국고로 지원받고, 주민은 세제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국민안전처는 “그 외 피해지역도 현장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선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당정협의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울산은 물론이고 경남 양산의 피해가 의외로 엄청나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태풍 피해가 가장 큰 울산에는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태풍(5일) 이후 9일까지 복구 현장을 찾은 다른 지역 공무원·군인·소방대원은 1만9800여 명이었다. 10일에도 대전·세종·속초 등지에서 온 200여 명의 봉사자가 울산의 침수 도로 복구 등에 참여했다.

경주·울산·서울=김윤호·최은경·채윤경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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