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좋아』 출간 이정수씨
“분위기 다운되면 돌아온다!”
파워블로거 된 개그맨 출신 배우
“배우자가 좋아하는 건 앞에서
싫어할 만한 건 몰래 하세요”
KBS 개그콘서트 ‘우격다짐’ 코너에서 남성적이고 잘생긴 이미지로 주목받던 남자 개그맨이 ‘결혼 파워 블로거’가 됐다. 최근 자신의 블로그 ‘우격다짐 행복다짐’에 올린 글을 모은 책 『결혼해도 좋아』(청림출판)를 출간한 개그맨 출신 배우 이정수(37)씨 얘기다.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와인 한 병을 들고 왔다. 이날은 그의 결혼기념일이었다. “특별한 이벤트나 선물을 준비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오늘 하루만큼은 결혼 전으로 돌아가 연애하듯이 데이트하려고요.”
2013년 광고스타일리스트 이은진(33)씨와 결혼한 그가 블로그에 ‘결혼입문서’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가까운 지인 중에 한 명이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이혼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주변에선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야’라는 식으로 다들 부정적으로만 말하더라고요. 그들에게 제 행복한 결혼생활의 노하우를 전하고 싶었죠.”
이씨는 스스로 “임상실험을 거쳤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혼생활의 팁을 매일 같이 블로그에 적었다. ‘명절에 본가와 처가를 바꿔보세요’ ‘독박육아에 도전하세요’와 같이 주로 남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많다. 그가 쓴 글이 온라인 상에서 공감을 얻으면서 블로그 이웃은 1만4000여 명으로 늘었고, 방문자 수도 260만을 넘었다. 남성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연예인이니까, 혹은 시간이 한가해서 저런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어떤 분은 제가 아내한테 잘해주는 걸 보고 ‘아무리 별을 따다 준대도 다 채울 수 없는 게 여자의 마음’이라는 글을 남겼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런 마음을 채우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라고 댓글을 달았죠.”
그는 “남자들이 앞 세대가 누려왔던 권리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화적 충격으로 부부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행복한 결혼생활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남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혼 전에 익혀야할 세 가지 기술을 꼽았다. 낮추는 기술과 중재의 기술, 그리고 사랑받는 기술이다. “결혼했기 때문에, (상대가) 영원히 날 사랑해야 하는 의무는 없어요. 상대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세요.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고 싶으면 몰래 하세요.”
그는 요즘 연극 ‘서툰 사람들’ 출연과 각종 행사 진행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소소한 일상을 사진과 함께 매일 블로그에 올린다. 그는 “블로그에만 하루에 4~5시간을 투자한다”며 “이렇게 일상을 가감 없이 올리는 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인기가 떨어질까 걱정이 많았다면, 요즘은 방송을 1년 동안 쉬었는데도 하나도 쫓기지 않고 오히려 더 행복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내와 재밌게 사는 게 제 꿈이에요.”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