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결혼생활은 우격다짐 아닌 ‘행복다짐’이랍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결혼해도 좋아』 출간 이정수씨

기사 이미지

지난 5일 결혼 3주년을 맞은 이정수(왼쪽)씨는 부인 이은진씨를 위해 와인을 준비했다. 장진영 기자

“분위기 다운되면 돌아온다!”

파워블로거 된 개그맨 출신 배우
“배우자가 좋아하는 건 앞에서
싫어할 만한 건 몰래 하세요”

KBS 개그콘서트 ‘우격다짐’ 코너에서 남성적이고 잘생긴 이미지로 주목받던 남자 개그맨이 ‘결혼 파워 블로거’가 됐다. 최근 자신의 블로그 ‘우격다짐 행복다짐’에 올린 글을 모은 책 『결혼해도 좋아』(청림출판)를 출간한 개그맨 출신 배우 이정수(37)씨 얘기다.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와인 한 병을 들고 왔다. 이날은 그의 결혼기념일이었다. “특별한 이벤트나 선물을 준비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오늘 하루만큼은 결혼 전으로 돌아가 연애하듯이 데이트하려고요.”

2013년 광고스타일리스트 이은진(33)씨와 결혼한 그가 블로그에 ‘결혼입문서’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가까운 지인 중에 한 명이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이혼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주변에선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야’라는 식으로 다들 부정적으로만 말하더라고요. 그들에게 제 행복한 결혼생활의 노하우를 전하고 싶었죠.”

이씨는 스스로 “임상실험을 거쳤다”고 말할 정도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결혼생활의 팁을 매일 같이 블로그에 적었다. ‘명절에 본가와 처가를 바꿔보세요’ ‘독박육아에 도전하세요’와 같이 주로 남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많다. 그가 쓴 글이 온라인 상에서 공감을 얻으면서 블로그 이웃은 1만4000여 명으로 늘었고, 방문자 수도 260만을 넘었다. 남성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연예인이니까, 혹은 시간이 한가해서 저런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어떤 분은 제가 아내한테 잘해주는 걸 보고 ‘아무리 별을 따다 준대도 다 채울 수 없는 게 여자의 마음’이라는 글을 남겼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런 마음을 채우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라고 댓글을 달았죠.”

그는 “남자들이 앞 세대가 누려왔던 권리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화적 충격으로 부부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행복한 결혼생활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남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혼 전에 익혀야할 세 가지 기술을 꼽았다. 낮추는 기술과 중재의 기술, 그리고 사랑받는 기술이다. “결혼했기 때문에, (상대가) 영원히 날 사랑해야 하는 의무는 없어요. 상대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세요.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고 싶으면 몰래 하세요.”

그는 요즘 연극 ‘서툰 사람들’ 출연과 각종 행사 진행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소소한 일상을 사진과 함께 매일 블로그에 올린다. 그는 “블로그에만 하루에 4~5시간을 투자한다”며 “이렇게 일상을 가감 없이 올리는 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인기가 떨어질까 걱정이 많았다면, 요즘은 방송을 1년 동안 쉬었는데도 하나도 쫓기지 않고 오히려 더 행복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내와 재밌게 사는 게 제 꿈이에요.”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