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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엔 냉동만두, 몽골엔 커피를 팔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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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러시아에는 냉동만두, 몽골에선 커피를 팔고 호주엔 조미김을 수출하라.’

코트라, 수출 유망 100대 품목 발굴
호주선 한국 조미김 안주로 인기
전동칫솔·치약은 중국서 잘 팔려

에스키모를 찾아가 냉장고를 팔고, 사막에서 난로를 팔던 1990년대 무역상사 전성기 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전 세계에서 다양한 한국 상품이 인기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들어 수출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각국의 선호도·인지도가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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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는 55개국 78개 KOTRA 해외무역관에서 현지바이어들과 직접 인터뷰해 발굴한 ‘100대 2016년 하반기 수요급등 품목’을 11일 발표했다. 수요급등 상위 5대 품목은 화장품, 건설 중장비, 과일음료, LED 조명, 자동차 배터리가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의외의 지역에서 의외의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에서는 한국산 냉동만두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지난해 수출 규모는 4만3000달러로 전년 대비 134% 늘었다. 러시아인들은 우리 만두와 비슷한 펠메니(pelmeni)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지만 최근에는 냉동식품을 주로 구입하고 있다.

인구의 10%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몽골의 커피 시장은 한국 브랜드가 장악했다. 커피 값이 물가 대비 다소 비싼 편이지만 카페베네(시장점유율 35%), 탐앤탐스(29%) 등의 커피 전문점이 한류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호주에선 조미김 수요가 늘면서 한·중·일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일단 한국이 우위에 섰다. 일본은 자국 소비량이 워낙 많아 수출량이 적고, 중국은 한국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저렴하나 원재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호주에서는 조미김을 술안주나 간식으로 애용한다. 이 때문에 수출용 조미김은 기름과 소금도 국내 김보다 적게 첨가한다.

환경오염·질병으로 인한 수요급등 품목도 눈에 띈다. 중국에선 한국산 전동 칫솔과 치약 등 구강케어제품과 침구청소기 수요가 늘고 있고, 공기오염이 심각한 말레이시아와 쿠웨이트에서는 한국산 공기청정기·정수기 판매가 늘고 있다.

각국의 정책 변화는 수출기업이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베트남 교통부는 올 들어 수은 가로등을 LED 태양광 가로등으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독일·중국의 강력한 전기차 지원 정책은 한국산 자동차 배터리에 대한 수요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기능 차별화, 개발도상국 개발 프로젝트 등 각국의 수요급등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 수출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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