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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수렁’ 대우조선 3단계 비상플랜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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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위한 세 가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실행을 준비하고 있다. 수주 난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유일호 “최악 상황 전에 1조 지원”
채권단·소액주주 감자도 추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운을 뗐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유 부총리는 8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4조2000억원 중 남아있는 1조원을 집행하겠다”며 “자본확충의 경우(1조6000억원의 자본확충을 한 뒤) 추가로 출자할지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가 직접 대우조선 지원 필요성 을 언급한 건 대우조선의 올해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나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삼정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한 전망에 크게 못 미친다. 올해 신규 수주는 9월 말까지 9억8000만 달러(1조860억원)로 전망치(115억2400만 달러)의 8.5%에 그쳤다. 또 기존 수주물량의 건조 지연으로 상반기 1조1894억원의 적자 를 냈다. 연말까지 뚜렷한 호재가 없다면 실사보고서의 순이익 전망치(2082억)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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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은 줄고 부채는 늘면서 부채비율이 7000%을 넘어섰고 완전자본잠식(1조2000억원 규모)에 빠졌다. 여기에 앙골라 소난골(국영석유회사)이 1조원 규모의 석유시추선 인도를 지연하면서 당장 경영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하다. 이처럼 겹겹이 쌓인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채권단은 크게 세 축의 컨틴전시플랜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연말까지 1조6000억원 이상의 자본확충을 추진한다. 기존 대출 중 1조원을 출자전환하고, 6000억원 이상을 유상증자 또는 출자전환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가 부여한 경영개선기간인 내년 9월까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야 상장폐지를 모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주주인 채권단과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차등 감자(減資·자본감소)를 추진한다. 채권단은 경영 책임 차원에서 높은 감자 비율을 적용받는 대신 소액주주에겐 낮은 비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두 번째는 1조5000억원 정도의 부족자금 충원이다. 유 부총리의 언급대로 1조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이와 함께 기존 수주 선박 중 공정률이 높은 선박을 대상으로 5000억원 가량의 건조대금을 미리 받기로 했다. 채권단 측은 “원래보다 건조 대금을 깎아주기 때문에 이를 원하는 선주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두 가지 방안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생산설비 축소, 인력 감축을 포함한 2조원 규모의 추가 자구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기존에 내놓은 5조3000억원의 자구안도 계획보다 집행 시기를 앞당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자구계획을 당기고 빨리 많이 집행해서 수주절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은 생산직을 포함해 1000명의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하고 있다. 생산직이 희망퇴직 대상이 된 건 대우조선이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처음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분석에 따르면 기존 자구책과 추가 자구책이 모두 실시될 경우 기존 14조원 수준의 대우조선 매출은 5조~6조원으로 줄어든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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