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월마트 "미국식 포기, 한국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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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NYT)는 지난 27일 세계 최대의 소매업체 월마트가 미국의 경영대학원(MBA)들에서 주요 연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MBA 교수들은 지난 5년간 경이적인 성장세를 보여온 월마트가 가격.유통구조 등 경영의 모든 분야에 걸쳐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월마트가 한국에선 대대적인 변신에 나선다. 1998년 처음 한국에 상륙한 이래 5년여간 고집했던 '미국식'운영을 버리고 '한국식'운영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

지난 24일 재개장한 월마트 일산점은 물건을 3m 이상 높게 쌓아두던 기존의 창고식으로 꾸며진 내부를 대폭 바꿨다. 판매대를 2.2m로 낮추고 매장 인테리어도 고급화했다. 빵을 파는 베이커리 매장은 벽돌과 유리로 화려하게 꾸미고 조명도 밝게 했다. 미국인이었던 매장 운영 담당 임원도 한국인으로 바꿨다.

원래 월마트는 땅값이 싼 도시 외곽에 건물을 짓고 특별한 인테리어 없이 물건을 쌓아 놓고 파는 '창고형 할인점'이다.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물건을 싸게 판다는 점을 부각해왔다. 이런 전략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월마트는 GE.엑손모빌 등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세계 1위의 유통 전문 기업. 미국 내에 1만5천여개 할인점, 1만3천여개의 수퍼, 5백28개 회원제 할인점과 해외 1만3천여개의 할인점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마트.삼성테스코.롯데마트.까르푸에 뒤진 업계 5위의 부진한 성적을 보여왔다. 국내 영업 중인 외국계 할인점 삼성테스코와 까르푸 등은 이미 한국식 운영 방식을 도입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월마트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5년은 미국식 운영 방식을 실험한 기간이었다"며 "하지만 미국식 운영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고급스러운 매장을 선호하고 서비스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의 취향에 맞춰 매장을 전면 재단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시 외곽에 매장을 세운다는 원칙도 수정했다. 월마트는 새로 문을 여는 점포는 도시 안에 둔다는 방침을 세우고 부지 선정에 착수했다. 또 넓은 매장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에 맞춰 3천평 이상의 대형 매장과 위락시설을 갖춘 복합 점포로 짓기로 했다.

월마트 관계자는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의 현실을 감안해 도시 안쪽에 할인점을 지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투자도 늘린다. 월마트 측은 향후 5년간 1조원가량을 투자해 국내 매장 수를 현재(15개)의 세배로 늘릴 계획이다. 여주 지역에 6만평 규모의 물류센터(2005년 완공 예정)를 짓고, 해외에서 들여오는 제품도 늘린다.

박혜민.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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