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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씨 보험급여 청구땐 '외상성 출혈'로…사망진단서엔 '외상성' 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백남기씨가 사망할 때까지 서울대병원이 '외상에 의한 머리 손상' 진단을 유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가족의 위임을 받아 서울대병원이 백씨에 대한 건강보험급여청구내역을 확인한 결과다.

서울대병원 건강보험급여 상병코드는 '외상성' 진단
사망 직전까지 11개월간 동일 병명으로 급여 청구
사망진단서는 외상성 여부 구분 않고 기록
'병사' 진단과 모순 피하려 '외상' 누락 가능성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정 의원에게 제공한 '서울대병원의 백남기씨 청구 상병코드 내역'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 25일까지 11차례에 걸쳐 백씨의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를 청구했다. 보험금 청구시 입력한 상병코드는 'AS0650', 'AS0651'이었다.

심평원의 'KCD 7차 개정 상병분류기호'(2015년 12월 개정)에 따르면 S0650은 '열린 두개 내 상처가 없는 외상성 경막하출혈'이고 S0651은 '열린 두개 내 상처가 있는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다. 외부의 충격으로 머리가 손상됐다는 의미다.

심평원에 제출하는 보험급여 청구서의 진단명은 의사의 진단서와 동일하게 작성된다. 이 원칙대로라면 백씨의 사망진단서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기록되어야 한다.

그러나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의 지시로 작성된 사망진단서는 '외상'이란 용어가 빠지고 '경막하출혈'로만 기록됐다. 심평원의 상병코드는 경막하출혈을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엄연히 구분하고 있다.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라면 '외인사'의 원인이 되고, 이는 타살의 가능성에 대한 형사사건 처리의 의학적 근거가 된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지역의 한 종합병원 외과 전문의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기재할 경우 사망 종류를 '병사'라고 한 것과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유족 측은 백 교수가 이런 모순 때문에 의도적으로 '외상성'을 누락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같이 애매한 사망진단서 기록은 "사망 원인이 정확하지 않아 부검이 필요하다"는 경찰의 부검 집행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심평원에 제출한 급여청구서대로 진단명을 정확히 기록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논란거리를 서울대병원이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정 의원은 "서울대병원과 백 교수는 결자해지하는 자세로 사망진단서 오류를 바로잡고 논란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며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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