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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은 고가 월세, 사회주택은 속도 더뎌 … 주택 바우처 확대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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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4 면

서울시는 다음달 서울 지하철 삼각지역과 충정로역 인근에 20~30대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기로 했다. 내년 말 공급이 목표다. 시가 지난해 1월부터 준비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의 시범사업이다. 이 사업은 과도한 주거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역세권에서 살게 하려는 취지다. 시가 토지주에게 용도 지역 상향,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는 대신 전체 사업지를 임대주택으로 지어 청년에게 입주 우선권을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첫 삽을 뜨기도 전에 ‘고가 월세’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시는 시범지역 두 곳에 총 1587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공공임대는 420가구(26.4%, 전용면적 45㎡ 이하)다. 나머지는 8년 의무 임대기간이 지나면 분양 전환이 가능한 민간임대(전용 60㎡ 이하)다. 시는 공공임대의 경우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월세를 책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체 물량의 70%를 넘어서는 민간 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90% 이하로 정할 계획이다. 건물주와 협의를 거쳐 임대료를 정해야 하니 시가 원하는 만큼 임대료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 두 지역은 도심 역세권이다. 이미 임대료가 높게 형성돼 있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확인해 보면 삼각지역 근처인 한강로2가에 있는 전용면적 32.87㎡ 오피스텔의 경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가 75만원이었다. 전용면적 49.98㎡인 경우에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가 160만원에 이르렀다. 충정로역 역세권(합동)의 경우에도 전용면적 61.23㎡ 오피스텔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140만원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변 시세보다 조금 낮춘다 해도 청년들이 실제로 들어가 살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시는 올해 역세권에 청년주택 2만5852가구(총 87곳) 건립에 착수하기로 했다.


임인구 서울시 임대주택과장은 “임대주택의 공공임대 비율이 25%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 공공임대의 경우 주변 오피스텔보다 전용면적이 작은 19㎡, 36㎡로 지어질 예정이라 주변보다 월세가 좀 더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전체 주택 중 공공주택이 15~20%를 차지해야 부동산 상승을 잡을 수 있다”며 “사업자(토지주)들이 청년 임대주택에 관심을 가져 공공임대가 늘면 역세권 임대시세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52만 명의 청년(19~34세)이 1인 가구 최저주거 기준 면적(14㎡)에 못 미치는 곳에서 살고 있다. 서울시는 청년 주거난의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해부터 ‘임대주택 공급’ 같은 청년 주거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정책들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또 다른 청년 주거정책인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시가 토지를 산 뒤 주택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같은 민간 단체가 장기 임대해 청년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민간 자본을 투입해 시 재정 부담은 줄이면서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 민간 단체의 참여가 저조했다. 주택 임대료를 주변 시세 대비 80% 이하로 정하고 토지 임대료 상승률도 연 2%로 제한해 줬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시는 지난해 263가구 공급 목표를 100가구로 변경했다. 올해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1호의 입주자 모집을 이달 11일까지 진행한다. 그러나 원룸(15.39㎡)·투룸(30.83㎡)·복층형(37.42㎡)으로 이뤄진 11가구에 불과했다. 사회주택 2~8호점은 모두 합쳐 92가구다. 이마저도 입주는 내년이 돼야 이뤄질 예정이다.


송호재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이 사업을 하려면 시가 일단 토지를 매입할 비용이 필요한데 제한된 예산에서 확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주택사업을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을 내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에 늘고 있는 빈집을 청년 주거에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시작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사업도 더딘 실정이다. 이 사업은 빈집을 리모델링해 1인 청년 가구가 시세의 80% 이하 임대료로 6년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정책이다. 그러나 사업 시행 첫해 동안 13동(65호실)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올해 추진 중인 곳도 8동(71호실) 정도다. 반면 지난달 시가 발표한 서울시 빈집은 1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리모델링비를 최대 4000만원 지원하지만 그 이상의 비용이 드는 곳도 있어 임대사업에 뛰어들려던 사회적 기업 등이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또 서울 빈집 중엔 다시 지어야 할 정도로 노후화된 빈집이 많다. 송 과장은 “국토부에서 정비금을 지원해 주는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대한 법안을 만들고 있는데 그것이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 김인제(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한된 예산에서 진행하려다 보니 수혜 대상이어야 하는 청년과 시 정책에 괴리가 발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고시원 같은 준주택에 사는 경우를 포함해 소득 수준이 낮은 청년들부터 단돈 10만원이라도 월세를 지원해 주는 ‘주택 바우처’ 지급 확대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의 핵심은 보편성과 예측가능성이다. 그러나 현재 시 정책은 수혜 청년의 수가 너무 적다. 정책도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다”며 “시 능력(예산)에 맞게 정책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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