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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코딩·프로그래밍 기초, 게임으로 놀면서 배워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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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발휘하면 네모난 블록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것이 마인크래프트의 매력이다. 나무 위의 오두막부터 공중에 떠 있는 건물들, 작은 마을부터 거대한 도시까지 만들 수 있다.

장난감 ‘레고’를 좋아하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만나는 대신 하루종일 레고만 갖고 놀았죠. 그러다가 컴퓨터를 접하며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게임에 푹 빠져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던 그는 훗날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출시합니다. 레고를 연상시키는 단순한 형태의 이 게임은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들을 확보하며 게임계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마르쿠스 페르손 모장 창업자의 이야기입니다. 아마 소중 독자 중 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단순한 즐길거리로만 여겨지던 게임의 한계를 넘어 수학·물리학·지질학·건축학 등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게임을 통해 디지털 세상을 학습하고 있다. 이들은 ‘마인크래프트 세대’라 부를 수 있다.”

지난 4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마인크래프트를 즐기며 성장하는 마인크래프트 세대에 대한 심층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한 어린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미래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갈 중요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마인크래프트

왜 그럴까요? 우선 마인크래프트는 부모 세대가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레고와 닮아 있습니다. 네모난 블록을 이리 끼우고 저리 맞추다 보면 작은 집부터 큰 건물, 자동차와 우주선까지 뭐든 만들 수 있었죠. 블록에 상상력을 더하기만 하면 못 만드는 게 없는 신비한 장난감이었습니다.

지난 2009년 출시된 마인크래프트는 디지털 시대의 레고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상의 컴퓨터 세계 속에서 네모난 블록을 쌓아 뭐든 만들 수 있으니까요. 간편한 조작과 무한한 확장성 덕분에 테트리스·위스포츠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많이 팔린 게임에 등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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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게임에 접속하면 현실과 유사한 세계가 펼쳐집니다. 차이가 있다면 모든 것이 네모난 블록으로 구성돼 있다는 정도입니다. 블록 세계에서 나무를 심고, 채광(광석을 캐냄)을 하고,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

마인크래프트(Minecraft)에서 mine은 ‘채광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고 craft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채광과 제작기술은 마인크래프트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죠. 괴물을 피해 땅을 파고 집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 등 생존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블록을 쌓아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를 뭐든 자유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작은 벽돌집을 만들 수도 있고 거대한 성을 쌓아 웅장함을 뽐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의 최대 장점이자 상상력을 키워내는 원천입니다. 기존의 게임은 개발자가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키며 플레이해야 했지만, 마인크래프트는 거대한 세계에 플레이어를 툭 던져놓고 ‘마음대로 해 봐’라는 식입니다. 상상력의 놀이터인 셈이죠.

서은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부 부장은 “이 게임은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문제를 만들거나 해결하며 즐기는 것”이라며 “질문 1개에 1000개 이상의 해답이 나올 수 있어 상상력·창의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세계 1억 명이 플레이, 40개국서 교재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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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선 코딩 교육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교육이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뭘 해야 할지, 왜 가르쳐야 하는지 생소하다는 반응입니다.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 때문에 어려워 보이기도 하죠. 그래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즐겁게 놀며 코딩을 배우는 게임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용 게임’이라 하면 거부감부터 드는 게 현실입니다. 10대들은 ‘노잼(재미가 없다)’ 게임이라고 부르며 고개를 젓기 일쑤죠.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조금 사정이 다릅니다. 일단 이 게임을 모르는 초등학생이 없을 정도로 인기인데다, 자연스럽게 ‘컴퓨팅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CT)’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CT는 코딩과 같은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을 뜻합니다.

실제로 전 세계 40여 개국 7000개 학급에서 마인크래프트는 코딩·자연과학·프로그래밍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교육 교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실의 물리 법칙을 적용한 게임 시스템과 높은 자유도 덕분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블록을 쌓는 과정을 통해 논리를 터득하고, 게임 속 세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배우며, 스토리를 만들면서 창의력을 키우게 됩니다.

프로그래밍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레드스톤(Redstone)은 일종의 에너지원입니다. 블록을 쌓아 문 모양을 만든 후 레드스톤을 배치하면 문이 열리거나 닫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조명을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도 하고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대포를 발사하는 것도 가능케 합니다. 버튼과 레버·압력판을 조합하면 좀 더 복잡한 형태의 장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나 도어락·롤러코스터·우주선을 움직이게 할 수 있죠.

또 레드스톤을 활용한 ‘논리 회로’의 사용법을 익히면 프로그래밍의 기초가 되는 ‘조건에 의한 분기(프로그램의 실행 순서를 변경해 다른 명령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컴퓨터공학이나 논리학에서 배우는 참(1)과 거짓(0)의 원리가 활용된 방식이죠. 논리 회로의 종류만 10개 가까이 되는데 신호 입력 시 기능이 꺼지는 부정 회로, 2개 이상의 입력 중 1개 이상의 입력값이 1일 경우 실행이 되는 논리합 회로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논리합 회로, 논리곱 회로, 펄스 회로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입력 방식이 있는데 다 외울 필요는 없답니다. 게임을 하며 파고들수록 저절로 익혀지는 프로그래밍의 원리니까요.

물리학·지질학·건축학의 원리 적용

물리학과 수학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를 하다 보면 해가 뜨고 지면서 실제 자연과 유사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리학의 원리가 적용돼 색의 배합이나 빛의 굴절에 대한 효과를 알 수 있는 것이죠. 사냥을 위해 활을 들고 화살을 쏘면 포물선(물체가 반원 모양을 그리며 날아가는 선)을 그리는데, 이를 통해 이차 곡선이라는 수학의 원리도 배웁니다.

게임 속에 펼쳐진 높은 산과 넓게 펼쳐진 평원, 절벽과 언덕을 바라보며 지질학도 익힐 수 있어요. 마인크래프트의 지형 관련 블록은 각각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변을 만들고 싶다면 바다나 호수를 만들어야 하고, 땅을 끝없이 파 내려가다 보면 용암이 보이는 식입니다. 호수에 눈을 뿌리면 호수 주변이 얼어붙기도 하죠.

심지어 TNT라 불리는 폭탄 블록을 배치해 산을 폭파시키면 일정 범위 내의 지형이 초토화되며 산속에 묻힌 암석이나 지하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건물이나 도로를 짓기 위해 산을 깎는 실제 공사기법과도 유사합니다. 모든 것은 게임 속 명령어로 실행이 가능합니다.

미래의 건축학도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훌륭한 놀이 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건물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해야 하니까요. 무슨 재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일단 이 게임으로 구현할 수 있는 건축물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작은 집부터 시작해 타지마할이나 자금성, 피라미드까지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을 구현할 수 있으니까요. 구름을 뚫고 높게 솟은 탑을 세우거나 SF소설에 나오는 공중도시를 짓는 것도 가능합니다.

남들보다 멋진 건물을 짓기 위해 인터넷에 올라온 집짓기 강좌 동영상을 살펴보는 사람들도 많아요. 어느 위치에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 건물의 뼈대와 지지기반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죠. 서 부장은 “게임 숙련도에 따라 만들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는 게 특징”이라며 “건축하는 재미가 있어 경복궁을 자체적으로 복원하는 사용자가 있을 정도고,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어 다양성을 추구하는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한국마이크로소프트, 도움말=서은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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