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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소산 36년만에 폭발적 분화…연기 1만1000m 상공 치솟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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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아소산(阿蘇山·높이 1592m)에서 8일 폭발적 분화가 발생했다. 1980년 1월 이후 36년만의 최대 규모다.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고 연기 기둥은 1만 1000m 상공까지 피어 올라 기상위성에서도 관측됐다. 지난 4월 구마모토 연쇄 강진으로 아소산의 단층은 1m 넘게 어긋나 그간 화산 폭발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아소산이 폭발한 시각은 오전 1시 46분. 인근 주민은 “지진처럼 흔들렸다. 순간적으로 지진이 난 것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구마모토현 미나미아소무라(南阿蘇村)에선 진도 2의 화산성 지진이 관측됐다. 전날 밤 10시쯤 소규모 분화가 한 차례 발생한 이후 흔들림이 이어졌다. 나카다케(中岳) 제1 분화구 부근에 설치된 경사계(傾斜計)에선 산이 팽창하는 변화가 측정됐다.

화산재는 오이타(大分)현 등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규슈(九州)와 시코쿠(四國)지방 곳곳에 떨어졌다. 차량과 도로는 온통 회색 빛으로 변했다. 아소시의 한 공무원은 “분화 소식을 듣고 차를 운전해 시청으로 달려갔는데 소낙비처럼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화산재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본기상청은 아소산의 경계 수위를 기존 2단계(분화구 주변 규제)에서 3단계(입산 규제)로 높였다. 반경 2Km 이내의 출입도 통제했다. 사이토 마코토(齊藤誠) 기상청 화산과장은 “강풍이 불면 돌멩이가 1km 넘게 날아갈 수 있다. 화산재와 화산가스에도 주의해주길 바란다”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분화구에서 4.5km 떨어진 ‘국립 아동청소년 교류의 집’ 창문 유리와 자동차 유리창들이 날아든 돌멩이에 맞아 깨졌다. 일본 정부는 오전 1시 50분쯤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해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아소시는 추가 폭발에 대비해 12개 피난소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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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로 뒤덮인 아소시 차량들 [사진=TV아사히 뉴스 캡처]

일본기상청은 앞으로 비슷한 규모의 폭발적 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이토 화산과장은 이번 폭발이 지난 4월 구마모토 강진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답했다.

아소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칼데라(화산 폭발로 함몰돼 생긴 우묵한 지형) 분화구를 가진 활화산이다. 1979년 9월 나카다케 제1 분화구에서 발생한 분화로 관광객 3명이 숨졌다.

2014년 11월엔 마그마가 직접 분출됐다. 지난해 9월엔 화쇄류를 동반한 분화로 인근 주민과 한국인 관광객 등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구마모토 강진 직후인 지난 5월 1일에도 소규모 분화가 일어났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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