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게임 「내조」 힘들지만 보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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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아시아의 체육계 VIP들의 아내들이 자국의 홍보와 선수응원 및 접대 등에 남편 못지 않은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홍숙자 (48·서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박세직위원장부인), 인도네시아의 「가터스」(41·인도네시아체육장관 「아브듀·가터스」씨 부인), 「부와노」 (인도네시아NOC위원장 「하팽쿠·부와노」씨 부인), 태국의 「테이위」 (63·아시아 역도연맹 「스미스·이넌츠」회장 부인) 씨 등을 한 자리에서 만나 중책을 맡은 사람의 아내가 갖는 고충을 들어봤다.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의 사령탑인 박세직 위원장의 부인으로 각국 손님접대에 바쁜 홍씨는『남편이 86년 초 위원장이 되면서 소화도 제대로 안되는 등 덩달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면서 『늘 기도하는 생활이었는데 개회식 날 비가 내릴 때는 하늘이 야속해 울고 싶었다』고 토로.
이대교육학과출신의 홍씨는 25년 전 군인이었던 박위원장과 열애 끝에 결혼했는데 『남편이 너무 바빠 아이들이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없는 날이 많지만 매사에 전력투구하는 남편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씨의 얘기에 동감의 뜻을 보이는 「크말라·가터스」씨는 그 자신이 인도네시아 유럽대학 부총장직을 맡고 있으며 여섯 자녀의 어머니. 『나 자신의 일에 충실해 남편이 신경을 안 쓰게 하는 일이 곧 그를 돕는 일』 이라면서『체육장관의 아내로 21개 종목에 2백5명의 선수를 파견한 인도네시아가 4위안에 들 수 있기를 초조하게 고대하고 있다』 고 말한다.
「부와노」 씨는 『남편이 1년 중 대부분을 외국에 나가 살아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 이번과 같은 동행이 남편을 오래 볼 수 있는 기회』라면서『그가 해외출장시에도 혼자 알아서 적절히 각종 모임을 마련해야 하는게 유명인의 아내로서 작지 않은 고충』이라고 털어놓는다. 남편의 철저한 수행비서임을 자처하는 그는 한국방문중 늘 새벽 2∼3시까지 전화당번을 해왔다고 덧붙인다.
『남편이 중요한 일을 맡았을 땐 절대 그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걱정거리는 얘기하지 않고 혼자 처리하는 어려움이 보통 큰 게 아니다』 라는「테이위」씨는『스포츠계의 중책을 맡은 그자신의 건강을 돌 볼 여유가 없는 게 안타깝다』면서 걱정스런 표정.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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