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탁구 새 "역사"창조한 5시간의 드라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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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혈전 5시간18분-. 끈기의 한국남자탁구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서 끝내 세계최강 중공을 잡았다. 남자로선 사상 첫 개가였으며 사라예보 세계탁구여자단체의 개가이후 13년만의 쾌거였다.
그것은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중공진영도 미쳐 생각지못한 이 결과에 넋을 잃었다.
이날 한·중공남자탁구 대결은 이번 대회들어 최고의 명승부전, 또 최고수준의 드라머였다.
한국은 24일 남자단체전 결승리그에서 중공을 5-4로 꺾음으로써 결승리그 2승을 기록, 남은 홍콩과의 경기결과에 관계없이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한국 남자팀이 역대 국제대회에서 중공을 꺽은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아시안게임에서 66년 김충용(김충용)이 일본 「하세가와」를 꺾고 우승한 이래 두번째 금메달이다.
한국팀은 이날 김완(김완) 안재형(안재형) 유남규(유남규)를 내세워 세계챔피언인 「장지아량」(강가량) 「첸신화」(진신화·세계4위) 「휘준」(혜균·세계22위)으로 포지한 중공과 숨막히는 접전을 벌였다.
국내랭킹 1위인 안재형은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첫번째 게임과 마지막 게임을 잡아내는등 3게임을 모두 승리로 이끌어 승리의 최대수훈을 세웠다.
첫게임에서 안재형은 「탁구의 마술사」로 불리는 「첸신화」를 맞아 2-0 (21-14, 21-12)으로 가볍게 이겨 행운을 불러들였다.
「첸신화」는 끈질긴 수비와 낮게 깔리는 쇼트가 일품인 무척 까다로운 선수이나 안은 특유의 속공성 드라이브로 쉽게 압도했다.
두번째 게임에 나선 김완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변칙서브와 날카로운 백핸드스매싱으로 신예 셰이크핸드 공격수 「휘준」을 공략, 2-0으로 승리하면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3, 4번째 게임을 주고받아 게임스코어 3-1이 된 상황에서 히어로 안재형은 다시 중공의 에이스 「장지아량」을 2-0으로 일축, 4-1로 게임차를 벌렸다.
이때부터 중공팀은 사력을 다해 열세를 만회, 유남규·김완·유남규를 차례로 꺾고 게임스코어 4-4로 따라붙어 「외테보리의 악몽」(85년 세계선수권 예선리그에서 한국팀은 선전끝에 중공에 5-4로 패했었다) 이 되살아나는가 했다.
그러나 이 고비에서 마지막게임에 나선 안재형은 과감한 선제공격을 펼치며 1세트를 4차례의 듀스끝에 25-23으로 따내는등 눈부시게 분전, 승리를 거둠으로써 꿈같은 탁구금메달은 한국팀의 차지가 됐다.
한국탁구는 남자단체전에서 예기치 않던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사기충천, 앞으로 남은 개인전에서도 1∼2개의 금메달을 추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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