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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시장 침수, 울산혁신도시 배수로 안 늘린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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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일 오후 1시 울산시 중구 태화동 태화시장. 태풍 ‘차바’로 전날 침수됐던 태화시장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생선가게 주인 신대성(39)씨는 “냉장고가 물에 떠밀려 넘어지고 가게 천장까지 무너져 다시 장사를 하겠나 싶다”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 점포 등 350곳 중 상당수 피해
펌프장도 부족해 물 못 빠져나가

이날 오전 복구 작업을 시작한 태화시장 길 한가운데는 물에 젖어 못 쓰게 된 쓰레기가 줄지어 쌓여 있었다. 채소가게 주인 김점남(59)씨는 “어제는 장이 서는 5일이라 물건을 더 많이 떼 왔는데 다 젖어 못 쓰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울산시는 태화시장 인근의 우정시장까지 350여 개 점포 중에 상당수가 태풍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울산의 주택가도 침수 피해로 엉망이 됐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기자가 찾아간 울산시 북구 화봉동·연암동 주택가 골목은 온통 진흙투성이였다. 악취도 났다. 주민들은 걸레와 삽으로 진흙을 밀어내고 흙탕물을 걸레로 닦아냈다. 주민 배계향(65)씨는 “1층은 사실상 전체가 물에 잠겼다”며 울먹였다.

울산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3명이 숨졌다. 전날 구조 작업 중 실종된 온산소방서 강기봉(29) 소방사가 6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주택 침수 1539건, 도로 침수 561건 등 시설 피해도 4065건에 달했다. 태풍으로 공장 생산라인 가동이 일시 중단된 현대자동차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복구 작업을 했다. 전날 휴업했던 울산의 315개 학교 중 대부분은 정상 수업을 했지만 침수 피해를 본 강동초 등 5개 학교는 6일에도 휴업했다.

울산이 유독 피해가 컸던 데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비가 워낙 많이 내린 데다 울산만의 만조대와 겹치는 바람에 태화강 고지배수로가 넘쳐 불가항력이었다”고 태풍과 바다에 책임을 넘겼다. 하지만 울산시의 부실한 재해 대응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화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태풍이 닥친 5일 오전 사전 대피나 경고방송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난 문자는 폭우가 지나간 다음인 5일 오전 11시44분 발송됐다. 울산시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국민안전처에서 사전 재난 경고 문자 발송을 승인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지역TV에 자막을 내보냈다”고 해명했다.

울산혁신도시(중구 우정동)를 건설하면서 배수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약 1㎞ 떨어진 저지대인 태화시장이 웅덩이로 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삼건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는 “혁신도시 건설이 일부 영향을 미쳤고 태화시장과 인접한 유곡천에 수문과 펌프장이 없어 태화강 본류로 물이 빠지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울산=최은경·김윤호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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