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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이명박·박근혜정부 경제정책 실패, 굴욕의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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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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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선 싱크탱크 출범식을 갖고 “국민이 돈 버는 국민성장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날 출범한 ‘정책공간 국민성장’ 연구소장을 맡은 조윤제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자문위원장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상임고문인 한완상 전 부총리, 문 전 대표. [사진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심포지엄은 대선 출정식을 연상시켰다. 6일 심포지엄이 열린 서울 프레스센터는 시작 전부터 교수들과 지지자 700여 명이 자리를 메웠다. 좌석이 부족해 300여 명은 행사장 뒤편에 서서 문 전 대표의 연설을 들었다.

700명 참석 대선 출정식 방불
“국민이 돈 버는 성장의 시대로”
반칙 대청소, 국가 대개조 선언
김종인 “문, 경제민주화 잘못 이해”
새누리 “실패한 노무현정부의
비서실장 출신이 할 소리 아니다”

문 전 대표는 강한 어조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변명의 여지없는 최악의 실패이자 대한민국 굴욕의 10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두 정권의 실패는 오로지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경제교체를 통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수권 능력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경제를 살릴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가 “세상이 바뀔 거라는 희망을 드려야 한다. 제가 반드시 그렇게 해내겠다”고 말하자 “문재인!”이라는 연호가 여러 차례 이어졌다.

1만1000여 자의 기조연설문에는 ‘성장’이라는 말이 36번 등장했다. ‘경제’가 38번, ‘기업’이 37번 나왔다. 새로운 성장담론을 제시해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한편으론 사회 부패 문제 등을 거론할 땐 ‘국가 대개조’나 ‘반칙 대청소’ 같은 표현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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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표는 ‘국민성장론’과 관련, “국민 개개인의 삶이 나아지는 정의로운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화 시대에는 국가가 돈을 벌었고, 민주화 시대에는 기업이 벌었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국민이 돈 버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성장론의 핵심은 재벌 개혁이었다. 문 전 대표는 “재벌은 경제성장의 견인차지만 한편으로 불공정 경제의 원천이 되고 있다”며 “과도한 수직 계열화와 문어발식 확장이 국민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립감사위원회 도입, 지주회사 의무소유 비율과 행위규제 강화, 대표소송 활성화 등의 재벌 개혁 법안들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0분에 걸친 연설을 마친 뒤 문 전 대표는 지지자들의 사진촬영 요구에 웃으며 모두 응했다. 문 전 대표는 기자들에겐 “정권 교체로 우리가 만들려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문재인이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계속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참모는 “외교와 안보에 대한 입장을 잇따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심포지엄 직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사전에 배포된 기조연설문을 본 뒤 “말은 거창하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잘못돼 있다. 경제민주화가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그런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교체라는 말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개념”이라고도 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국민성장은 (김 전 위원장이 제시한) 경제민주화까지 포함해 더 종합해서 만든 성장담론”이라며 논쟁을 피했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도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비판에 대해 "실패한 참여정부의 비서실장 출신이 할 소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싱크탱크의 상임고문을 맡은 한완상 전 부총리, 자문위원장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싱크탱크에 참여하는 교수진이 대거 참석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노건호씨도 나란히 참석했다.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싱크탱크 연구위원장)은 “일단 교수 등 500명으로 시작해 계속 인원을 확대하겠다”며 “오늘 심포지엄은 개문발차(開門發車)”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싱크탱크는 제가 만든 게 아니고 학자와 전문가들이 만들었다”며 교수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소재 대학 교수는 “문재인 캠프를 놓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로또로 생각하는 교수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 지방대 교수도 “교수 한 명이 움직이면 학회나 제자들이 한꺼번에 움직인다”며 “실제로 1000명의 교수 진용을 갖추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글=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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