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리 개발자가 만든 AI 벤처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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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 랩스’를 인수한다고 6일 밝혔다.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공지능 관련 기업 첫 M&A

비브는 애플의 음성 인식 비서 서비스 시리(Siri)를 만든 핵심 개발자들이 애플을 떠나 만든 회사다. 삼성전자가 AI 관련 기업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인수 배경에 대해 “AI는 정보기술(IT)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모든 것을 독자 개발할 수 없기에 삼성에 없는 기술을 가진 다른 회사를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브가 개발한 AI 플랫폼 ‘비브’는 애플의 시리와 유사하지만 인간이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자연어)를 보다 잘 이해할 줄 아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의 개발자들도 자유롭게 자체 개발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3~4년 동안 내부적으로 AI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음성 인식과 자연어 이해 분야에 공을 들였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뿐 아니라 TV·냉장고·사물인터넷(IoT) 등 각 분야에 비브의 AI 플랫폼을 적용할 계획이다. 사람처럼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알아서 작동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번 비브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는 AI 시장에서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2014년 5월부터 기업 12곳의 지분을 사들이는 등 인수합병(M&A)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IoT 플랫폼 개발업체인 스마트싱스,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고급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가 삼성전자의 품에 들어왔다. 지난 7월엔 자동차 전기장비 사업 확대를 위해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중국 BYD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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