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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금명중"…사격서 승전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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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목타게 기다리던 금메달이 22일 사격경기에서 잇달아 4개나 쏟아져 나오자 온 국민이 열광했다.
대회 이튿날인 21일 한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해 초조해하던 선수단과 가족들은 여자단체 공기소총에서 첫 금메달을 딴 데 이어 남자 소구경 자유소총복사 단체전과 남녀개인전등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자 종합2위가 눈앞에 다가온 듯 환호하며 만세를 불렀다.
또 금메달 갈증에 목타던 시민들은 일제히 환성을 지르며 『중공이 21일 하룻동안 금메달 9개를 휩쓰는 등 「중공바람」 이 불어 초조했는데 주최국의 체면도 서고 계속금메달도 쏟아질 길조』라며 기뻐했다.
이젠 아버지도 팬 됐다
『와, 금메달이다. 우리 정아가 드디어 해냈어. 』여자공기소총단체전에서 박정아(23)·이홍기(24)·강혜자(19) 양등 명의 낭자군이 금메달을 따는 순간 박선수의 어머니 이은수씨(48·충북 충주시 안림동 574)는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이 시작되면서 하나뿐인 흑백TV가 고장나는 바람에 라디오를 켜놓고 조바심 하다 22일 새벽 상경했다는 이씨는 이날 미리 상경한 남편 박내수씨(53·농업)와 함께 사격장에 나와 경기를 지켜보다 금메달 2관왕이 확정되자 『딸자식 둔 보람을 새삼 느꼈다』고 기뻐했다.
3남2여중 맏딸인 박양이 사격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2학년 때부터.
『처음에는 아버지가 무척 반대했어요. 여자가 무슨 총질이냐면서 경기에도 못 나가게 할 정도였지요』
그러나 『정아가 국가대표선수가 되어 LA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부터 아버지 박씨는 가족 중에서 가장 열렬한 딸의 팬이 되었다』 고 이씨는 전했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 예산리2구552 이홍기선수의 집도 완전 축제분위기.
TV앞에서 경기실황을 지켜보던 아버지 이병룡씨(57)와 어머니 신옥순씨 (50), 동네 부녀자등 20여명은 한국팀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박수를 치며 『만세』를 불렀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이씨부부는 딸이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지난해 8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에 참석, 홍기양의 우승을 빌었다.
이날도 우승소식을 듣고 교인들이 몰려들자 즉석에서 감사의 예배를 올렸다.
이선수는 9남매중 세째딸. 예산고덕중 2학년때부터 사격을 시작했다. 동료들과 야유회를 가면 『울고 넘는 박달재』를 유창하게 부르는 쾌활한 성격. 선수촌에 입촌한 후『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는 좌우명을 내걸고 강훈을 거듭해온 열성파.
어머니 신씨는『아이들은 많고 가정형편은 어려워서 고기한번 푸짐하게 먹이지 못하고 키웠는데 장한 일을 해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홍기양의 남동생 왕기꾼(22·88사격단) 도 국가대표 사격선수. 자유권총국가대표 2진으로 86대표에서는 제외됐으나 88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받고있다.
금메달의 주역중 한사람인 강혜자양은 제주도가 고향. 중학교1학년때부터 사격을 시작, 3년만에 국가대표로 발탁.
별명은 눈이 작다고 해서 촉새눈. 그 예리한 촉새눈이 아시아의 과녁을 명중시킨 것이다.
강양이 존경하는 사격인은 『박정아 언니』 라고.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강희생씨(45)의 1남7녀중 둘째.
시골서 가족상경 응원
사격의 윤덕하·곽정훈·차영철 선수가 남자자유소총 복사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 서울 묵1동 장미아파트 14동101호 윤덕하씨(32)집에는 광주에서 올라온 아버지 윤길호씨(69)와 부인 나은순씨(28)가 기쁨의 환성을 터뜨렸다.
아버지 윤씨는『개막전에 시골집으로 전화를 걸어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하더니 결국 해내고 말았다』며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부인 나씨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하더니 약속을 지켰다』며 울먹였다.
윤선수가 사격을 시작한 것은 조선대부속고등학교 1학년때인 70년부터. 형 정하씨(35·사업)가 사다놓은 공기총을 가지고 놀다 총 쏘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아버지 윤씨는 『그때 책을 산다며 돈을 타 가지고는 공기총알과 표적지를 사 골목에 숨어 연습했다』며 윤선수의 집념을 되새겼다.
아시안게임 대비훈련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합숙으로 떨어져 살아 윤선수가 아이들을 몹시 보고싶어 한다는 부인 나씨는 면회를 가거나 외박이나 나와야 남편을 만날 수 있었던
「아시안게임 이산가족」 의 한을 풀었다고 했다.
금메달 트리오 중 곽정훈선수(28)는 전북남원이 고향으로 홀어머니(52)를 모신 3남3녀중 장남. 79년 군 입대 후 전방부대 근무 중 특등사수로 뽑혀 사격선수로 전향, 현재는 육군 준위로 88사격 훈련단에 소속돼있다.
서울이태원동 군인아파트 곽선수의 집엔 부인 조자기씨(28)와 외아들 효근군(4)이 금메달 소식을 듣고 『LA와 뉴델리에서 놓쳤던 금메달을 드디어 따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4년 경력에 아주정상
사격남자2관왕이 된 차영철선수(27, 88사격단)는 사격경력 겨우 4년의 신예.
꾸준한 연습이 장점인 차선수는 고향이 충북 청원군으로 청주운호고출신(78년).
사격은 물론 각종 운동에서 만능선수로 고된 연습 틈틈이 동료들과 즐기는 족구 솜씨가 뛰어나 별명은 「족구차」.
도봉구 공릉동 3백만원짜리 전세방에서 부인(전순자·27)과 신혼생활중인 차선수는 차일하(61)·김순보(48) 두 부모를 모시는 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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