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오션뷰의 착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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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를 넘어 밀려든 파도에 침수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피해 소식을 들으셨는지요. 피해의 먼 원인을 따져보니 묘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래 해운대구는 파도 피해를 막기 위해 방수벽을 높이 세우려 했으나 일부 주민과 상인들이 조망권을 해친다고 반대했다 합니다. 푸르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른바 오션뷰를 놓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안전규격에 못 미치는 높이의 방수벽이 세워져 차바 같은 강한 태풍엔 힘을 쓰지 못했다 합니다.

피해가 난 뒤에야 부산시는 예산 655억원을 들여 크고 높은 방파제를 만든다고 합니다. 해양 전문가 주강현 박사에 따르면 외국에선 오션뷰를 누리는 고급 주택을 바닷가에 바짝 붙여 짓지 않는다 합니다. 멀리서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고지대에 떨어져 짓는다는 겁니다. 바다는 멀리 보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데, 바다에 바짝 붙여 집을 짓는 우리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한국에선 한국대로, 미국에선 미국대로 대북 선제공격론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독자 핵무장론처럼 공허한 측면이 있습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오늘자 동아일보에 ‘선제공격의 국제법적 근거와 한계’라는 칼럼을 통해 그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국제법상 인정되는 예방적 공격은 임박성과 비례성을 충족해야 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우리에겐 언제가 임박한 상황인지 포착할 능력이 부족하고, 핵으로 선제공격할 수단도 없다는 겁니다. 선제공격의 의지가 있다면 결행할 수 있는 실천적 역량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것 없이 입만 움직인다면 공허하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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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연말까지 성장률 목표를 맞추기 위해 10조원짜리 부양책을 쓰기로 했습니다.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올해 성장률 목표는 2.8%입니다. 현실은 이것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은 쪽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파업·물류대란과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수출 부진, 김영란법 시행 이후의 내수 위축, 태풍 피해로 인한 조업 중단,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어느 하나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짜듯 대책을 내놨다는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아마도 시험 전날 뒤늦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같은 심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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