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시아, 미국과 원자력 협력 중단…미-러 신냉전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가 미국과의 원자력 분야 연구 협력에 관한 협정을 중단한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과 체결한 플루토늄 폐기 협정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한지 이틀만이다. 미국 NBC 방송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1970년대 이후 가장 좋지 않다”며 두 나라가 ‘신(新) 냉전’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총리 공보실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미국과의 ‘원자력 에너지 연구 및 개발 협력 협정’의 효력을 잠정 중단하는 총리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 측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에 상응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총리령은 “미국이 러시아와 원자력 에너지 분야 협력에 제한을 가한 것과 관련, 러·미 간 연구 개발 협력 협정의 효력을 잠정 중단한다. 그러나 미국과의 전반적 관계가 진전될 경우 협정을 복원할 수 있다”라고 썼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협정 중단 통보에 대해 “러시아가 미국과의 협력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원자력 협력은 양국에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9월 러시아 원자력공사와 미 에너지부가 체결한 이 협정은 원자력 에너지 분야 신기술, 핵 폐기물 처리 기술, 의료 등에서 원자력 응용 기술 등과 관련한 양국의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체결한 무기급 플루토늄 폐기 협정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나 시리아 내전 상황 등 미국과의 분쟁에서 핵무기 군비 축소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뜻을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시리아에서의 협정 위반을 거론하며 러시아와의 회담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 러시아는 잇따라 미국과의 협정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리아 알레포에서 계속되는 공습 등을 거론하면서 “당사자인 미국과 러시아가 곧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개입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