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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백리길 '맛보기 길'도 일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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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백리길 전 구간을 다 걷지 않고도 그 길의 특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맛보기 길’이 있다. 바다백리길 정식 구간은 길이 험한 것은 아니지만 가벼운 등산복과 등산화는 꼭 신는 것이 탐방에 편리하다. 그러나 이 맛보기 길은 가족이나 연인들이 가벼운 복장으로 산책하듯 걸어도 된다.

대표적인 곳이 미륵도 달아길의 초입부에 있는 편백나무 숲 길(300여m)이다. 미래사 입구에서 왼쪽 뒤편을 바라보면 편백나무 숲이 울창한 오솔길이 보인다. 길 입구에 접어들면 편백나무 향을 듬뿍 느낄 수 있다. 편백은 삼림욕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피톤치드 함유량이 가장 많은 나무다. 피톤치드는 식물을 뜻하는 ‘피톤(phyton)’과 죽이다는 뜻의 ‘사이드(cide)’를 붙인 말이다. 우리 몸속에 피톤치드가 들어가면 나쁜 병원균을 없애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기관지 천식이나 아토피에도 효능이 뛰어나다.

이곳에는 천연 소재의 야자매트가 바닥에 깔려 있어 비가 오는 날에도 다닐 수 있다. 유모차·휠체어를 끌 수도 있다. 이 길을 따라 갖가지 새소리를 들으며 그늘진 숲길을 걷다 보면 통영 앞바다를 보고 있는 성인 키만한 크기의 미륵불상이 나타난다. 미륵불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편백나무 숲의 기운을 느끼면 속세에서 묻은 잡념이 어느새 사라진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 고요하고 아담한 미래사 경내를 한바퀴 둘러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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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도 역사길에도 맛보기 길이 있다. 바로 제승당 가는 길(1㎞)이다. 이 길은 작고 아담한 해안을 끼고 있다. 그러나 바다라는 느낌보다는 마치 거대한 호수처럼 잔잔하다. 햇빛이 물살에 부딪혀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보석을 뿌려 놓은 듯하다. 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제승당이 나온다. 제승당에는 이순신 장군 영정을 모신 사당, 수군들이 바다 건너 145m 정도 과녁에 화살을 쏘아 훈련을 하던 한산정 등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나와 선착장 앞에서 버스를 타고 임진왜란 당시 수군의 군량미 창고가 있었던 창동(倉洞)마을, 수군이 진을 쳤던 진두(津頭)마을, 한산대첩에서 패한 왜적들이 도망갈 길을 물었다는 문어포(問語浦)마을 등 마을을 탐방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연대도 지겟길은 출렁다리길이 명물이다. 선착장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보면 만지도와 연결된 출렁다리가 보인다. 길이 100여m의 이 출렁다리는 2014년 만들었다.

통영시는 2011년 연화도, 2012년 욕지도, 2013년 사량도에 이어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를 만들었다. 이 중 연대도 출렁다리는 높이 30~40m의 바다 위에 세워져 있어 가장 스릴이 넘친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만지도의 해안을 따라 수백 미터에 걸쳐 수변 데크가 이어진다. 연대도 쪽 출렁다리 입구 왼쪽으로도 조그마한 오솔길이 있다. 이 길에는 수령이 200~300년은 족히 돼 보이는 해송들이 즐비한데, 해안 절경을 보며 100여m 정도 걸으면 지겟길 끝인 몽돌해변이 나온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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