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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군원은 별개문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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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음은 16일 미상원외교위에서 있었던「제임즈·릴리」신임 주한 미국대사 인준청문회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문=김포공항 폭발사건에 관해 정보를 갖고 있는가.
▲답=이 테러사건의 피해자 숫자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수사중인 사건이므로 아직 결과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
▲문=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참여 할 것인가. 아니면 불참하면서 방해공작을 할 것인가는 4만 명의 군인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요한 문제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북한에 대해 그들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가 물어 봤는가.
▲답=우리의 주 관심은 북한을 참가케 하는데 있다. 그런데 그들은 공동주최 요청을 축소시켰다. 그들은 4개 종목 개최이상의 능력이 없다. 지금까지 그들의 공동주최 주장은 쿠바와 니카라과로부터 밖에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은 그들이 참여하게 함으로써 평화로의 과정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 길로 계속 노력해야 된다.
만약 그들이 어느 싯점에서 전술을 바꿔 폭력으로 돈다면 이런 노력을 재고해야겠지만 아직은 그런 상태가 아니다. 아직은 김포사건을 북한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
▲문-최근 상원이 통과시킨 한국민주주의에 관한 결의안을 어떻게 보는가.
▲답=미행정부의 대한정책은 ①한반도의 분쟁을 억제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며 ②민주주의 발전을 돕고 ③미국경제이익을 신장하고 무역자유화를 기하는 등 세 가지다.
한국을 포함해서 우방이나 적대국가의 인권을 신장하는 문제는 미행정부의 일관된 정책이었고 나 개인의 신념이었다.
나는 김대중씨를 포함한 모든 한국국민의 정치권 회복을 지지한다. 전임자「워커」대사는 조용한 외교와 때론 공개적 외교를 통해 이와 같은 목표를 외해 효과적으로 활동해 왔다.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미리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CIA에서든 그 외 기관에서든 미국정책과 인권신장은 서로 양립하는 것임을 믿어온 나의 지금까지의 행적이 앞으로 내가 취할 행동을 말해줄 것이다.
▲문=상원 결의안에 대한의견은.
▲답=그 결의안은 대한군사원조와 한국인권상황을 연관시키고 있는데 그런 연계가 효과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대만에 있을 때도 그런 결의안이 있었다. 끈질기고 조용한 활동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 한국의 안보와 한국의 내정발전은 별개의 문제다.
▲문=한국과 필리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유사한 부분도 있다. 필리핀에서 변화를 추구함에 있어서 미국은 민주주의를 최상의 고려대상으로 삼았다. 귀하는 한국에서의 미국의 목표를 열거하면서 민주주의를 두 번째로 지적했는데 민주주의를 주 고려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가.
▲답=한국과 필리핀간에 가장 근본적 차이는 서울에서25마일 떨어진 곳에 북한병력 85만 명이 집결해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탱크·비행기·장갑차수에 있어서 한국과 2대1의 우세를 보이고있다.
50년 남침을 저지른 북한은 랭군사건을 범했고 미국의 푸에블로 호를 납치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가 직면한 위험을 예시하기 위해 열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즉각적 위험에 따라 정책 우선 순위도 조정되어야 된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조금이라도 약화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우선 순위를 약간 조정해야 된다는 뜻이다.
▲문=민주화된 한국은 독재한국보다 그런 위험에 대응할 수 없다는 말인가.
▲답=아니다. 나는 3가지목표가 현재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첫 성명 문에서 말했듯이 국민의 의사에 보다 호응하는 정부가 안정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한국상황은 흑백의 상태가 아니다. 뭔가 움직임이 있다. 전대통령은 야당지도자와 만났다. 그는 개헌 논의를 받아들였고 신민당은 서울에서 집회를 열었었다.
▲문=한국정부가 미국의 시장개방만큼 상호주의에 입각한 시장개방을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지구전이 진행되고 있다. 대만과도 문제가 있다. 한국과는 최근 지적소유권·보험 등에서 진전이 있었고 외국담배에 대해서도 시장의 1%를 관대하게 개방해 줬다. 느리지만 한국은 최근 관세 및 비 관세 장벽을 허물고 있다.
▲문=다시 아까 말한 결의안으로 돌아가서『미국이 군원을 주는 목적의 하나는 독립된 사법권아래서 민주제도·공정선거·언론자유·개인의 자유가 창달되도록』유도한다는 구절에 대해 미국인이 반대할 이유가 있는가.
▲답=없을 것이다. 다만 군원과 인권을 연결시킨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나의 경험으로서는 우리의 원칙을 그들에게 강요해서는 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독립된 사법권과 언론자유·개인의 자유를 바란다. 그러나 아시아의 일부 사람들은「독립된 사법권」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문=만약 사태가 김대중씨같은 사람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고 전대통령이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하는 경우가 되어도 귀하는 방관만 하겠는가.
▲답=그런 가상된 상황에 관해 말할 수 없다. 대만에서의 나의 실적을 봐주기 바란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다.
전신(CIA시절을 뜻하는 듯)으로 되돌아가려는 게 아니고 실수 없이 사태를 움직일 수(manage)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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