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카톡으로 받은 아동 음란물,다운로드 하지 않았어도 음란물 소지죄"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톡 메신저로 받은 아동 음란물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내려받지 않아도 아동 음란물 소지죄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지영난)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24)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무죄로 본 박씨의 아동 음란물 소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박씨는 2013년 8월 자신의 집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톡 친구 만들기’앱에 접속했다. 당시 15세였던 이모양이 앱 게시판에 올린 ‘돈을 준다면 할 수 있는 거 다하겠다’는 글을 읽은 박씨는 이양에게 카카오톡으로 연락했다. 박씨는 이양에게 나체 사진 한 장당 2만~3만원,동영상은 그 이상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응한 이양은 자신의 나체 사진 70개와 동영상 파일 20개를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박씨에게 전달했다.

원심은 박씨의 행위가 아동 음란물 소지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법 상 ‘음란물 소지’에 해당하려면 당사자가 해당 영상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해 편집 등을 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만약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음란물 소지에 해당된다고 보기 시작하면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돼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두 음란물 소지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카카오톡의 인터넷 서버에만 저장돼 있어 자유롭게 편집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만큼 음란물을 소지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었다. 박씨가 해당 영상이 아동 음란물인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자신이 요구했던 점,카카오톡 채팅방에 계속 머무르면서 파일들을 수차례 본 점,자신의 기기에 저장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파일들을 공유ㆍ유포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음란물을 소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상영ㆍ열람ㆍ복사ㆍ전송ㆍ삭제가 가능하지만 편집이 불가능하다해서 이를 아동 음란물 소지가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법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좁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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