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에 고양이 동상이 세워진 사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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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화단 위 보도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사진(왼쪽)이 인터넷에 확산하면서 일약 스타가 됐던 터키 이스탄불의 길고양이 톰빌리. 그가 죽자 시는 톰빌리가 머물던 자리에 동상(오른쪽)을 만들어 세웠다. [사진 인디펜던트]

화단 위 보도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주변 풍경을 구경하던 터키 이스탄불의 길고양이. 통통한 배와 뚱한 표정을 하고 사람처럼 앉아 있던 이 고양이의 사진이 인터넷이 확산하면서 지역 명물이 됐다.

이 고양이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들면서 터키어로 통통한 동물을 뜻하는 ‘톰빌리(Tombili)’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하지만 톰빌리는 안따깝게도 지난해 8월 병에 걸려 죽었다.

그런데 최근 톰빌리가 머물던 자리에 똑같은 포즈의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톰빌리를 추모하기 위해 이스탄불시가 동상을 만들어 세운 것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톰빌리의 동상이 세워진 건 4일. 톰빌리를 돌보던 지역공동체 ‘아나톨리안 캣 프로젝트’(Anatolian Cat Project)를 중심으로 ‘톰빌리 동상을 세우자’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성황리에 열렸고, 이스탄불시가 시민의 제안을 받아 들여 성사됐다.

톰빌리 동상은 세계 동물의 날(World Animal Day)인 지난 4일 처음 공개됐다. 동상은 톰빌리가 편안한 자세로 휴식하는 생전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동상 주변은 사진을 찍고 음식물을 갖다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아나톨리안 캣 프로젝트의 공동설립자인 바투 액소이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톰블리는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다. 비만 때문에 많이 움직일 수 없어서 보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며 “고양이 친구보다 사람과 노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들도 상냥한 톰블리에게 자주 먹이를 줬다”고 회상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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