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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속마음이 드러난 것 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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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신옥 (변호사)=일본인대부분의 생각이 「후지오」와 같은 식이라 생각한다.
일본은 힘이 약할 때는 말을 못하다 경제적으로 강대국이 되자 떠드는 것이다. 동경전범재판 때도 일본인변호사들은 남경학살 등이 원자탄보다 더 나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변호했었다.
일본의 신국가주의가 표면화될수록 우리 힘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야하겠다.
▲박상섭 (서울대외교학과 교수) =고의성이 짙은 망언이 계속 나오는 것은 일본이 신국가주의로 보수화하는 과정에서 주변국가의 반응을 가늠해 보고 면역효과를 노리기 위한 의미가 짙다. 또 일본이 갖고있는 동아시아지역에서의 실세와 이에 상응하지 못하는 국제적 지위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에서 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일본의 분위기를 감정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면서 실력으로 경계해야 한다.
▲김명준 (고려대· 학생)=이번 일로 일본사람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무엇이 들어앉아 있나를 다시 실감했다. 그들은 2차 대전 당시 항공모함을 몰고 태평양을 주름잡던 시절을 동경하고 있다.
그들에게 얕잡힌 우리의 자세도 문제다. 민족주의자임을 내세우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 갔나. 극일하는 길은 정치적으로는 굳건한 민주체제를 확립하고 경제적으로는 그들과 대등한 위치까지 발전하는 길뿐이다.
▲조선작(작가)=「후지오」발언이 일본의 지식인이나 식견있는 사람들의 의식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나 복고적인 국가주의의 의식이 일본에 싹트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갖기에는 충분하다.
유감이나 사과 등 의식적이고 요식적인 행위에 그치지 말고 일본인들의 이 같은 의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교활동을 펴야한다고 생각한다.
▲최창규 (민정당의원)=「후지오」의 망언은 우리에게는「망언」이지만 저희들에겐「진언」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후지오」한사람의 파면으로 그칠 일도 아니고 꾸짖고 비판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는 국사 교과서에 책임을 지고있는 문부상이며 정부당국자다.
강한 일본은 언제나 우리에게 불행한 변수였다. 강한 일본이 다시 역사표면으로 표출되면 역사전체의 폭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히 반성해야 한다.
▲허경구 (신민당의원)=우리는 먼저 우리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 느끼는 감정적인 콤플렉스가 있는 반면 일본인들 역시 우리에게 느끼는 잠재적인 열등의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인들이 진실로 우리에게 우월감을 느낀다면 지금까지 들어온 망언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망언이 있을 때마다 전국민적인 분노가 일종의 국민적 총화를 이루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총화와 감정적 에너지의 손실 사이에서 현명한 균형을 취해야한다.
▲조규하 (전경련전무)=한번도 아니고 수 차례에 걸쳐 과거 일본의 범죄행위에 대해 반이성적 망언을 내뱉고 있는 것은 우발적 실언으로 볼 수 없다. 그의 망언은 경제대국이라는 자만심을 배경으로 일본사회 내부에 팽배해 가는 신국가주의에로의 복귀경향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적인 것이다. 일본사회 저류에 흐르는 새로운 국가주의의 전개가능성에 높은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송수남 (동양화가)=계속돼온 「후지오」 전일본문부상의 발언은 그가 자신의 발언에 공감하고 있는 다수의 정치인과 국민을 배경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해야한다. 이는 일본 전체가 지금 「후지오」 의 의견과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은 바로 이 시점에서 이를 인식해야하고 한일관계를 똑바로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현진(여·은행원) =이런 일로 크게 흥분할 것 없다. 일본인의 속마음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그 속마음이 겉으로 드러났다고 흥분할 것도, 「후지오」가 파면됐다고 시원해할 것도 없다. 이럴수록 우리는 다시는 외국인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도록 자신의 힘을 기르고 모범적이고 자주적인 민주복지국가를 가꿔나가도록 노력해야한다.
▲이현희 (성신여대교수·한국사)=그네들의 각본 같다. 일본은 최근 신 군국주의로 나가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는다.
과거의 합리화는 그 방편의 하나다. 과거 정한론의 맥을 느낀다. 온건· 강경파 중 초기온건파의 승리는 정한론의 보다 확실한 성공을 가져 왔다. 우리 현대사에 대한 보다 주체적인 재조명작업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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