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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냉전기 치닫는 미·러…플루토늄 폐기 협정 중단

중앙일보

입력

미국ㆍ러시아 간 쌓인 감정이 3일(현지시간) 결국 폭발했다. 러시아의 무기급 플루토늄 폐기 협정 중단 선언에 이어 미국의 시리아 내전 협상 중단 발표가 하루 동안 연이어 터져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러시아가 신(新) 냉전기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먼저 도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령을 통해 “미국과 2000년 체결한 무기급 플루토늄 폐기 협정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양국은 핵탄두 1만7000개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 34t을 폐기하기로 했다. 동서 냉전 종식을 의미하는 상징적 조치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 협정을 잠정 중단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으로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 4시간 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한 러시아와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러시아는 국제인권법에 따른 적대 행위를 멈추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민간인에 대한 집중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에 대한 모두의 인내심이 다해 간다”고 말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시리아 임시 휴전 협정을 이끌어낸 양국이 파국으로 치닫게 된 건 휴전이 끝나기 직전 미군의 오폭 사건 때문에 불거진 측면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 사건으로 러시아가 지원 중인 시리아 정부군 수십 명이 사망했고 시리아 알레포에 무자비한 폭격이 시작됐다. 시리아 반군 거점이었던 알레포는 정부군 포위 아래 놓여 있다. 미국은 “전쟁 범죄”라며 알레포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4일에도 알레포 동부 병원을 공격에 수십 명이 숨졌다.

앤드루 웨이스 카네기재단 부회장은 NYT에 “러시아는 시리아뿐 아니라 이전 우크라이나 사태부터 쌓인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한번에 표출했다”며 “미국 역시 시리아 협상을 통해 가져온 러시아와의 끈을 놓아버렸다. 미ㆍ러 갈등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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